▲한꺼번에 망둥이가 세 마리가 올라오자 기뻐하는 강태공 할아버지.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도 없는 양반 같았습니다.
조종안
얘기가 한참 달아오르려고 하는데 씨알 굵은 망둥이 세 마리가 한꺼번에 걸려 올라왔다. 구경을 하면서도 신이 났는데 옆에서 새우를 잡던 젊은이도 함께 기뻐했다.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포즈까지 취해주었는데, 언론에 공개해도 괜찮으시겠느냐고 했더니, 하든지 말든지 관심 없다는 듯 웃는 표정이 무척 편하게 보였다.
군산화물(주) 트럭을 운전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병원에서 치매와 싸우느라 고생하는 큰 누님과 80년대 중반에 돌아가신 큰 매형이 생각났다. 할아버지도 잘 안다며 반가워해서 더욱 간절했는데, 트럭 두 대를 소유한 큰 매형이 군산화물 초창기 이사였고, 트럭 조수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영화도 가고 자장면도 사먹었던 추억들이 아스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차가 귀하던 60년대에 군산에는 대한운수, 삼성운수 등 운수회사가 4-5개 있었는데, 구 기차역 광장 사거리 합동시외버스터미널(지금의 농협 건물)과 마주하고 있던 군산화물(주)은 차주만 40명이 넘었고, 트럭도 80대가 넘게 보유하고 있어 당시에는 전라북도에서도 손꼽히는 운수회사였다.
채만식을 떠오르게 했던 금강느림의 미학이 담긴 '구불길 여행'에 나섰다가 뜻밖의 어른을 만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추억을 더듬고 다녔고, 얘기는 구수해서 들을수록 입맛이 당겼다. 할아버지도 싫지 않은 기색이었지만, 일어설 수밖에 없었는데 고개를 돌리니까, 강물이 오후 햇살을 토해내느라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