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 "그동안 미디어법 개정을 둘러싸고 빚어진 여론 분열과 국론 손실을 감안하면 헌재의 결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억지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권한침해와 법안 가결 선포에 대해 다소 상충된 결정을 내림으로써 새로운 다툼의 불씨를 남긴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야당이 헌재의 '권한침해 인정'을 근거로 언론법 재논의를 주장하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미디어법의 '국민 위한 효과' 극대화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헌재 결정을 짧게 전하고, 절차적 문제를 발생시킨 책임을 야당에게 돌렸으며, 미디어산업 발전에 힘을 모으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늘 그렇듯 조선·중앙일보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헌재 판결을 추켜세웠다.
사설은 "헌재가 '국회 안에서 다수결로 이뤄진 표결에 대해서는 국회에 맡긴다'는 원칙을 이번에 다시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불복해 계속 발목을 잡는 행태는 여야를 떠나 자제해야 옳다"는 주장을 폈다. 2003년 압도적인 찬성(재적의원 194, 찬성 167)으로 국회를 통과한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2004년 헌재가 '관습헌법'이라는 근거를 들고 나와 위헌판결 내렸을 때는 왜 이런 주장을 펴지 않은 것인지 실소가 나온다.
한편, 경향신문은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 기만 아닌가>라는 사설을 통해 "표결과정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효력엔 문제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헌재를 비판했다. 또 헌재가 미디어법 통과를 정당화했다는 비난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집권당의 직권상정과 강행처리를 용인할 것이라는 선례"를 남겼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보루가 돼야 할 헌재 본연의 모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헌재, '날치기는 위법이니 국회가 바로잡으라'>는 사설을 싣고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헌재 판결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무효 여부를 자신이 확인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지, 이들 법이 유효라거나 무효라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의 뜻이 이렇다면 국회가 "개정안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정상적인 재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주문했다.
두 가지 과제, '조중동 방송' 대응과 '헌재 개혁'
헌재가 '절차는 위법이나 법안은 유효하다'는 정치 판결을 내린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두 가지의 과제를 안게 됐다.
첫째는 '헌재 판결로 정당성을 얻었다'며 정부가 언론악법을 추진하는 데 대한 대응이다. 물론 국회에서 '언론법 재논의'가 이뤄진다면 좋겠으나 이는 현실 정치의 역관계와 이명박 정권·한나라당의 본질을 고려할 때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법과 제도가 초래하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다시 '국민의 힘'밖에 없다.
이미 누리꾼들은 '조중동 방송' 컨소시움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불매운동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민주노총도 '조중동 OUT'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조중동과 수구기득권세력이 국민의 거센 반대를 뚫고 '조중동 방송'을 밀어붙인다면 시민사회는 '조중동 방송'에 맞선 대중 운동을 벌일 것이다.
아울러 존재 이유를 부정한 '헌재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2004년 헌재가 '관습헌법'을 들이대 행정수도특별법을 위헌 판결했을 때에도 '헌재 개혁', '헌재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 등이 제기되었으나 우리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헌법재판소'의 존재를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헌재는 위헌법률심판권, 탄핵심판권, 위헌정당해산심판권, 권한쟁의심판권, 헌법소원심판권 등 막강한 심판권한을 갖고 있으나 헌재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없다. 2008년 참여연대는 헌재 20년을 맞아 헌재재판관과 헌법연구관의 구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에서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으로 성장한 헌재가 "50-60대의 법률가(변호사자격자)들이 30-40대의 법률가(변호사자격자) 및 소수의 헌법연구 인력들의 도움을 받아 헌법해석의 최종적인 확정권한을 행사해왔다"고 분석하면서 "헌법재판소의 민주화를 위해 기탄없는 논의를 시작할 것", "헌법개정논의에서 헌법재판소의 독립과 민주화를 핵심적인 의제 중에 하나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시민사회와 학계가 이 같은 제안을 적극 받아들일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본다. 나아가 언론계도 언론악법에 대한 대응과 함께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헌재 민주화' 논의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끝으로 헌재 판결에 '고무'된 조중동에 경고한다.
조중동의 오늘 사설은 조중동의 수준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언론악법의 '이해관계자'이자 '최대수혜자'인 조중동이 "미디어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운운하며 헌재 판결에 힘을 실어주는 꼴은 참으로 낯 뜨겁다. 자신들의 사익(私益)을 '다수의 이익', '공적 이익'으로 포장하는 일은 조중동이 '언론'이 아니라 '사익추구집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 줄 뿐이다.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 수구기득권집단들이 밀어붙이는 '조중동 방송'은 반드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조중동 방송'에 맞서 싸울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09.10.30 16:59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