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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와의 악수 ⓒ 송유미
쓸 만한 나사 하나 찾으려고 연장함 뒤적인다.
한번 어디엔가 박혔다가 튕겨 나온 나사들
다시 쓰기 어렵다. 나사의 뿌리가 다쳤기 때문이다.
화분에 옮겨 심다가 잘려나간 뿌리로는
다시 어디에 심어도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내가 통째로 그자의 눈에 거슬려 뽑혀 나와
다시 그 자리의 틈을 파고들기 어렵듯이,
천직의 일자리를 잃은 무수한 나사들이 칼잠을 자고 있다.
물질주의의 뿌리가 없이는 가난한 민초의 생은
부평초의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가능한 그 뿌리를 많이 융성하게 번식시켜야 하고
그 뿌리를 잃지 않아야, 이 세상에다 꽝꽝
내 목소리의 뿌리 내리며 살아갈 수 있다.
하는 수 없이 철면피로 살아가는 것이다. 망치를 다잡아 쥐고,
그나마 녹이 슬었지만 뿌리가 생생한 나사 하나 찾았다.
저 단단한 벽에 한 그루 나무를 심듯이 쾅쾅
집 전체가 무너지게 나사를 박는다.
이 나사가 튕겨 나오면 집 한 채도 무너질 것이다.
이보다 세상이 단단하니 뽑히지 않은 뿌리들은
더 손잡고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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