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남소연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여당의 '지역일꾼론' 누른 까닭은?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운 '지역일꾼론'은 민주당의 '정권심판론'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당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수도권과 충청권에서의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정당지지도 격차는 크지 않았다.
이는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구도'로 치러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고, 나아가 후보들의 인물경쟁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어릴 적에 고향을 떠나 충북 중부4군에 뿌리가 없던 정범구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비교적 손쉽게 따돌린 것이나, 경기도 안산에서 김영환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실패했음에도 무난히 당선된 것이 그 예이다. 두 지역 모두 치열한 3파전에 예상된 곳이었다.
물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데는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과 이른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오히려 '선거의 여왕'은 선거를 닷새 앞두고 세종시 논란과 관련, '원안+알파' 발언으로 박근혜 지지층을 주춤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 또 한나라당이 이들 지역에서 공천 잡음을 해소하지 못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인물경쟁력에서 여당이 확실한 우위를 보였던 수원 장안과 경남 양산에서 패배하거나 고전한 것은 한나라당에게 충격적이다. 수원 장안에서는 앵커 출신의 화려한 경력의 여당 후보가 무명에 가까운 정치신인에게 무릎을 꿇었으며, 여당의 '텃밭' 경남 양산에서는 당대표를 지낸 거물이 지난 총선에서 7%밖에 못얻은 경량급(?) 후보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소게임을 펼쳐야 했다.
결국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 정책'으로 변신한 'New MB'에 '옐로카드'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경고의 조짐은 이미 선거 전의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 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이 생활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은 데 대해 "도움이 안 된다"가 82.3%였고 "도움이 된다"는 15.6%에 그쳤다. 상당수의 국민은 MB의 친서민 정책이 이벤트 위주의 '위장 친서민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셈이다.
'위장 중도실용-친서민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된 선거이런 의구심은 선거를 앞두고 표출된 MB 정부의 '중도실용주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도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송인 김제동씨의 KBS TV 프로그램 강제하차 논란, 일방적 세종시 수정 움직임, 잇단 청와대 인사들의 추문 등은 이 정부가 표방한 중도실용주의 노선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지난 8월 이래로 고공행진을 기록해온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특히 중도층에서 7.7%p(47.0% → 39.3%) 하락해 중도실용주의 표방으로 지지기반의 확대된 외연이 다시 위축된 조짐을 보였다
. (☞ 관련기사 : MB 지지율 하락세... 특히 중도층 7.7%p↓)한나라당의 패배는 지난해 가을 지방 재보궐선거, 올해 4·8 경기도교육감 선거,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이어 네 번째이다. 네 번의 패배가 의미하는 바는 MB 정부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과 용산 참사 무대응에서 보듯 독선과 밀어붙이기 행태를 버리지 않는 데 대해 민심이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충격을 받았으면서도 "재보선에서 여당 완패의 고리를 끊어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애써 위안을 삼고 있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0:5로 완패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완패의 늪'에서 헤어났다는 데서 위안을 삼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 처지에서는 4월 재보궐선거와 달리 이번 10월 재보선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제도 정비 등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국정주도권 다툼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의 독선과 거대여당의 밀어붙이기를 견제하라고 야당의 손을 들어줬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야당과 다수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론, 4대강 살리기 사업, 노동관계법 개정 이른바 'MB 의제'들의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세종시와 관련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국민과의 타협을 원천 배제한 대통령의 독선에는 고공 행진하는 지지율에 대한 오만과 착시현상이 숨어 있다. 민심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촛불정국에서처럼 국민과 타협하지 않고 'MB 의제'들을 강행할 경우, 민심은 어김없이 심판할 것이고, 집권 3년차인 내년 지방선거에서 MB는 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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