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씨(왼쪽 4번째)와 경상공방 회원들
김성원
부산경상공방은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 카페의 부산경상지역 회원들이 금년 초에 자발적으로 만든 건축공방입니다. 공방을 만드는데 공동 출자한 회원이 5명이고 참가하고 있는 회원들이 30여 명이 됩니다. 벌써 회원이 건축주인 집을 두 채나 볏짚단과 흙을 이용해서 지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건축 시공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건축을 주도해갑니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품삯을 받거나 건축비를 받습니다.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회원들은 일손이 많이 가는 볏짚단 쌓기와 흙미장을 돕습니다. 부산경상공방이 집을 지으면 교육과 더불어 품앗이 현장이 됩니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박성수씨는 부산경상공방의 현장은 서로가 신뢰하며 일을 맡기고 일을 하기 때문에 '즐겁고 재미난 집짓기'가 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건축주인 회원이나 일하고 품삯을 받은 회원이 조금씩 기금을 모아 독거노인이나 가난한 가정의 집짓기를 도울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시공이 없을 때 부산경상공방은 건축전문가들과 함께 건축과 목공에 대한 회원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터넷과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건축활동은 생태건축 카페들을 중심으로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박성수씨는 건축협동조합을 꿈꾸고 있습니다. 건축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건축주와 시공자, 전문가와 초보자가 공동 출자자이자 회원인데요. 이들은 서로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집을 짓고 그 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눕니다. 일종의 생활협동조합인 것이지요.
자칭 생태건축 정보뱅크 김성원쑥스럽지만 제 이야기도 해야겠네요. 저는 다니던 일자리에서 해직되고 2007년 전남 장흥으로 귀농한 후 국내 최초로 흙부대집을 지었습니다. 집을 짓고 난 직후부터 흙부대건축 경험과 지식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이란 책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귀농운동본부와 함께 귀농자들을 위한 건축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경량목구조, 담틀, 볏짚단건축, 짚버무리, 종이시멘트 건축, 대나무 건축 등 다양한 생태건축에 관련된 정보와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해서 인터넷 카페와 그 밖의 지면을 통해 그 건축방법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딱히 큰돈을 버는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재미있고 좋아서 건축을 하는 것이고, 생태건축은 대중 모두가 알아야 할 생활기술이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어느새 변변찮은 제 농사일 외에 건축정보를 가공하고 정리해서 알리고 교육하는 일이 제 일거리가 되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와 달리 제 뜻대로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합니다.
생태건축 현장엔 일자리 걱정이 없습니다. 대부분 생태건축 현장이 농촌이기 때문에 젊은 일손이 항상 부족합니다. 단순히 흙집을 넘어, 다양한 생태건축이 건축공법으로서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초창기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적습니다. 사람들이 자연재료에만 집착하던 재료주의와 건축공법 자체에 치중하던 단계를 넘어 공간 구성과 미적 기획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