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난 등록금적립금 펀드 투자로 대학 등록금이 반토막 났다는 내용을 담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진선
현재 적립금의 많은 부분은 대학 등록금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은 67.9%인데 반해 재단 전입금은 6.4%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렇게 적립된 돈이 2007년 현재 7조3천억 원에 달한다. 당시 등록금 총액이 12조 원이었다는 것에 견주어보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당장이라도 반값 등록금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대학생들의 땀과 눈물로 뒤범벅된 등록금을 받아 이유도 없이 쌓기만 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대학들이 과도한 적립을 넘어 적립금을 투기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등록금 마련 때문에 고통받는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는커녕 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결국 엄청난 손실까지 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적립금 손실의 피해가 고스란히 대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적립금 손실이 시설 보수 등을 통한 교육 환경 개선, 장학금·연구비 등 재정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손실액을 채우기 위해 대학들은 더 높은 등록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결국 손해는 대학이 보고 책임은 대학생이 져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펀드 및 주식,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임에도 재원을 손쉽게 마련하겠다는 과욕에 불타, 교과부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면서 시작되었다. 2007년 12월 교과부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대한 특례 규칙' 개정을 통해 적립금 50% 한도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허용했다. 그 결과 오늘날 같은 적립금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정부가 오히려 적립금 반토막으로 화답한 셈이다.
대학 적립금 규제만이 적립금 문제 해결할 수 있어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학문 탐구와 연구가 주요 역할이지 공격적 투자를 통한 돈벌이가 아니다. 대학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할 교과부가 대학을 시장으로 떠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근 교과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사립대학 적립금 조성 및 관리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다. 취지의 긍정성에도 큰 환영을 받고 있지 못하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대학의 본연의 임무를 중심으로 생각해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만 조금 수정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적립금의 투자 손실이 1/2 이상일 경우에만 평가하도록 한 것을 손익과 상관없이 모두 결산에 반영하여 공개하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이것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적립금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까. 적립금의 과도한 축적과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와 같은 불안정한 운용 등에 대한 규제없이는 지금의 적립금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적립금 규제는 '대학 자율'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누적적립금 총액을 등록금 수입의 1/2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재정 운용을 안정적으로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아 사립학교법 개정을 내어 놓은 상황이다. 교과부가 진정으로 적립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규칙 개정을 넘어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적립금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벌써부터 대학가는 2010년 등록금 인상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2010년이 되기 전에 교과부는 적립금 문제 해결의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의 더 많은 활동 내역이 궁금하신 분들은 cafe.daum.netdowntop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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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요구했더니 투기로 적립금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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