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들의 재정자립도와 자율형사립고 기준 충족 여부서울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대원외고, 명덕외고, 서울외고 등은 재단전입금이 0원인 것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재정자립도가 0.7%밖에 안 된다. 자율형사립고 전환 최소 기준인 납입금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이 5%를 넘는 학교는 한 학교밖에 없다. 외고의 자율형사립고 전환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이것이 외고 교장들이 자사고 전환을 극구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아닐까?
김행수
2008년 전국 18개의 사립 외고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0.7%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의 대표적인 외고, 입시율을 자랑하는 대원외고, 명덕외고, 서울외고는 재단전입금이 아예 0원이다. 즉 학교운영비의 거의 대부분인 99.3%를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 지원, 이월적립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우스운 것은 이들 중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위한 최소 조건인 납입금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이 5%를 넘는 학교는 서울의 이화여자외고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외고 전체의 납입금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은 1.6%밖에 안 되었다.
2007년도 사정이 비슷하여 평균 재정자립도는 1.4%, 납입금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은 평균 3.0%였다. 그리고 자율형사립고 지정 최소 기준인 5%를 충족시키는 학교는 이화여자외고와 한국외대부속외고 단 2개 학교밖에 없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사립 외고를 운영하는 사학재단의 현주소이다.
즉, 현재의 18개 사립외고 중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는 최소 자격을 갖춘 학교가 많아야 2개, 적으면 1개밖에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한두 개의 극소수 외고를 제외하면 전국의 모든 외고들이 자율형사립고 전환은 꿈도 못 꾸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하는 처지라는 의미이다.
충격 그 자체이다. 중학교 성적 상위자를 싹쓸이 하듯 뽑아가서, 일반 학교 예산의 2배로 운영하고, 사교육비도 훨씬 많이 쓰고 있는 외국어고가 사실은 알고 보니 학생들만 부자이고 학교를 운영하는 사학재단은 부실 사학 그 자체였던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남의 돈으로 장사"한 셈이고,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다. 이렇게 특혜를 누리던 외고들이 막상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라고 하니까 "우리가 공헌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폐지냐?"면서 목에 핏대를 올리면서 반대한다. 알고 보니 부실 사학들이 말이다.
응시 자격을 제한(서울은 50%, 지방 일부는 30% 등)하고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외고의 특권적, 독점적 지위는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외고들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는 '그림의 떡'이고, 이런 자신들의 실상이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너무 싫은 것이다.
7차교육과정이 2, 3학년 과정은 선택중심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일반고에서도 교육과정을 외국어 집중과정으로 운영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지금의 외고로 운영하고자 하는 이유는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아니라 신입생 선발의 문제이고, 등록금의 문제라는 점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것이 외고 교장들이 외고 폐지와 자율형사립고 전환에 극구 반대하고 나서는 진짜 이유는 아닐까?
조중동의 외고 폐지 반대는 특목고 입시를 통한 돈벌이 때문?사실 조중동은 외고 문제에 있어 지난 정부에서는 계속적인 확대를 주장했고, 지금은 폐지 반대를 외치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들이 교육의 수월성, 아니 그들이 글로벌인재 양성에 기여했다는 긍정성 때문에 외고 폐지를 반대한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국민은 없어 보인다.
26일자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에서 조중동 보수신문이 모두 자회사 또는 신문 섹션을 통하여 특목고 대비 강좌를 하고 있거나 이런 과정들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기사에 의하면, 조선일보는 자회사인 '맛있는 공부'와 (주)조선일보교육미디어 등을 통하여, 동아일보는 동아일보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와 디유넷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육포털사이트 '이지스터디'를 통해, 중앙일보는 자사 홈페이지에 특목고 특강과 외고대비 파이널 등의 유료 온라인 강좌를 서비스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기사에서 "세 신문사가 일제히 자회사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교육 사업에 뛰어든 것은 '사교육 시장'을 통해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라고 밝혀 조중동이 외고 폐지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돈벌이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외고 폐지의 주무부서인 교과부의 장관이 외고 폐지 문제에 시큰둥한 것은 그 자신이 외고를 설립하고 성장시킨 것을 최대의 치적으로 생각하는 개인적 처지 때문이고, 외고 교장들은 부실한 재정 때문에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고 싶어도 기준 미달인 현실적 처지 때문이고, 마지막으로 조중동 보수언론이 외고 폐지를 반대하고 나서는 것도 알고 보면 자회사와 섹션 등을 통한 돈벌이 때문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모두 자신들이 처해 있는 개인적 위치에서 외고 폐지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래서야 백년지대계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 그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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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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