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불공 드리기 전에도 국민의례 해야 하나

등록 2009.10.26 13:53수정 2009.10.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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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국가행사 외에도 반드시 국민의례를! 전체주의 부활?

 

군사 독재정권시절에는 일반국민들도 아침저녁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바쁘게 길을 가다가도 국기가 게양되거나 하기식이 진행되면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맹세와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영화관에서도 영화상영 이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에 대해 예를 표하고 국가를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행위가 국민의 자발성에서 나와야지 강제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반강제성을 띈 국민의례는 항상 존재한다. 수많은 기념식과 행사에서는 당연히 하는 일이다. 이를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국민의례가 국민들 스스로 국가에 대한 경외심, 자부심과 긍지가 아니라 지배체제나 지배자들에 대한 강제적 존경이나 체제유지차원에서 활용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그래서 그 동안 여러 전체주의적 의식들이 폐지되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구시대의 유물들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 교사들이 기미가요, 히노마루 거부

 

일본에서는 상당수의 교사들이 조회시간에 국가(기미가요) 부르기를 반대하고 국기(히노마루)에 대한 경례를 거부해 파면 등 장계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저항을 하는 교사들은 일본의 국가와 국기가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이자 조선을 비롯해 아시아지역에 대한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자행한 일본은 끊임없이 제국주의의 길로 나가려 한다. 평화헌법 9조를 개악해 자위대를 정식군대로 개편하고 제국주의 침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런 일본의 국가나 국기에 대해 예를 표하지 않겠다는 교사들의 투쟁은 매우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사나 공무원들이 정부행사나 조회시간에 국민의례를 거부했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다. 얼마 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한 박사가 국민의례를 거부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경우는 공식행사가 아니라 연구원 내부의 연구과제 보고 자리에까지 국민의례를 강요하는 교조주의 내지 전체주의적 연구원 운영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다.

 

일상적으로 국민의례 하는 공무원들

 

"국기․국가 거부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 부른 공무원노조"(조선 사설)라며 공무원노조를 공격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공무원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는 것은 일상 업무에 해당한다. 공무원들이 하는 대부분의 행사는 '국민의례'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은 것을 두고 '거부했다'고 표현했다.

 

이는 사실을 왜곡하기 위한 표현이다. 공무원들이 국민의례를 거부할 리가 없다. 공무원노조의 행사는 국가기관의 행사가 아니다. 노조행사일 뿐이다. 노조행사에까지 국가관을 고취하는 국민의례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노조행사는 노조의례가 있을 뿐이다. 이를 통상적으로 민중의례라 부른다. 민중의례를 처벌하겠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은 교회 가서 예배를 보거나 절에 가서 불공드리기 전에도 국민의례부터 해야 한다. 또 제사나 명절 차례 전에도 국민의례부터 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아예 대통령 사진을 각 가정에 걸어두고 자신들의 최고 상급자인 국가원수에 대한 예도 갖춰야 할 판이다.

 

'민중가요' 대신 '귀족가요'라도 부르란 말인가?

 

"민중가요 부른 공무원 노조 징계"(매일경제), "애국가 대신 민중가요 공무원노조 징계 검토"(한국경제), "행안부, 민중의례 통합공무원노조 200여명 징계 검토"(동아)하겠다는 행정안전부의 발상은 구시대를 넘어 무식이 통통 튀는 야만의 극치다. 노조의 민중의례를 무슨 근거로 처벌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제 공무원노조를 인정도 하지 않겠다면서 무슨 이유로 상관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럼 공무원노조가 '민중의례'가 아니고 '귀족의례'라도 하라는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노조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 부당하게 개입하고 국가의 품위를 떨어뜨린 행안부 장관부터 파면 조치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 행사에 국민의례를 강요하는 걸 보면 이제 군사독재시대에 행했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체주의국가로 회귀하겠다는 의도다. 하기야 군사독재보다 더 야만적인 독재가 자본독재니만큼 독재국가로 회귀하려면 천박한 국가주의를 내세워 자본의 야만적 착취를 미화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2009.10.26 13:53ⓒ 2009 OhmyNews
#국민의례 #민중의례 #애국가 #국기 #귀족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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