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NP 3만 달러? '국민행복지수(GNH)는?

<행복의 경제학>

등록 2009.10.26 12:14수정 2009.10.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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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제학 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가 들려주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
행복의 경제학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가 들려주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서해문집
▲ 행복의 경제학 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가 들려주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 ⓒ 서해문집

'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는 <행복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국민총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는 부탄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전 국왕이 1970년대 20대로 국왕이 되면서 만들어낸 말이다.  그는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해 연설하는 자리에서 "GNP보다는 GNH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총생산 지수GNP(Gross national Product)'의 끝 글자  'P(Product)' 대신 'H(Happiness)'를 넣은 'GNH(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말은 왕추크 부탄 국왕의 통치 철학을 한 마디로 보여준다.

 

행복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어떻게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지향점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신이치는 그 말을 들은 지 20년이 지난 뒤 행복을 팔아 풍요를 사려다 불행을 자초한 일본 국민을 보며 행복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며 <행복의 경제학>을 쓰게 되었다.

 

'행복'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고, 끝내는 이렇게 책을 쓰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많은 경험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가지 커다란 동기를 들어보라고 한다면, 나는 우선 GNH와의 만남을 들 것이다. (중략) 내가 GNH에 대해 들은 것은 국왕의 연설이 있은 지 20년 후의 일이었다. 당당하게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경계심이 남아 있던 나였지만, 어쩐지 GNH 이야기를 듣는 순간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웃는다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것이다. 그 즈음 환경운동에 열심이었던 나는 GNH라는 말이 전해 준 그 통쾌한 웃음 덕분에 안개처럼 자욱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걷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말에서 특별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 '행복'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더 이상은 전처럼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 책 내용 중 -

 

신이치는 '풍요'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함정을 파악하는 순간, 부유하지만 오히려 불행한 일본의 국민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풍요라는 덫에 걸려 행복을 팔아 불행을 산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만일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 선진국은 행복 지수가 높아야 하는데 의외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그것은 행복의 주관적인 면이 작용되겠지만 물질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나라일수록 개인의 삶과 시간을 경제에 예속시키며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높인다는 것이 행복지수가 낮은 원인이 된 것이 아닐까.

 

경제지표가 곧 행복의 잣대처럼 생각되는 현대 사회지만 물질과 상관 없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가난하지만 행복한 것일까? 그들은 상대적이고 외적인 비교가 아닌 자기 자신의 내면의 정신 안에서 행복감과  삶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빈곤감을 느낄  필요도 무한 경쟁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문화영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없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외친다고 한다. "Make Money and Get Happy! " 그러나 신이치는 되묻는다.  "교통지옥, 수험지옥, 무한 경쟁에 내몰려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매년 3만 명 이상 되는 나라, 이런 일본의 현재가  진정한 행복의 실체인가?"라고. 경제 지표가 곧 행복 지표라고 생각하는 물신의 노예가 된 대한민국의 국민들도 이제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라. 지금 자신은 행복한가, 행복을 팔아 풍요를 사려다 불행해지지 않았는가. 당신의 GNH지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덧붙이는 글 <행복의 경제학>은  쓰지 신이치가 쓰고 장석진이 옮겼으며 서해문집에서 출간되었다.

행복의 경제학 - '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가 들려주는

쓰지 신이치 지음, 장석진 옮김,
서해문집, 2009


#행복의 경제학 #G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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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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