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류동의 단풍은 아직 이르다.
김진수
초대 주한 프랑스대사를 역임한 로제샹바르씨는 가야산의 빼어난 경치와 고려팔만대장경판에 감복하여 작심하고 유언을 남겼다. "나의 유해를 분말하여 해인사에 뿌려달라" 하였으므로 1978년 1월 1일에 임종하고 그달 22일 해인사 홍류동의 천불동 계곡에 뿌려졌다. 그는 붉은 홍류동 계곡에 영원히 잠들었다.
무릉교에서 시작하는 홍류동 계곡은 홍송이 울창하고, 장장 10여 리의 수석과 송림으로 이어져 다른 어떤 사찰과 명산에서도 보기 어려운 경관을 지니고 있다.
주위의 송림 사이로 흐르는 물이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소리는 고운 최치원 선생의 귀를 먹게 했다 하며, 선생이 갓과 신만 남겨두고,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 전설을 말해주듯 농산정과 시구를 새겨놓은 큰 바위가 있다. 홍류동에는 주요문화재 자료인 농산정과 학사대 낙화담, 분옥폭포 등 19명소가 있으며 특히 농산정 맞은편 학사대(學士臺)에는 암각된 최치원 선생의 친필을 볼 수 있어 더욱 유명하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내 얼굴도 붉다는 삼홍 얘기가 생각난다. 한반도 남단 단풍은 지리산에서 절정을 이루고 이어 이곳 합천 해인사 홍류동으로 치닫는다. 애석하게도 홍류동 단풍은 아직 절정에는 이르지 않았다.
단풍의 과학적 해석은 바로 엽록소의 퇴색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의 왕성하던 생육현상은 멈춰지고, 따라서 녹색을 띠는 엽록소 성분은 옅어지면서 대신 잎의 다른 성분들이 두드러지게 된다. 잎의 성분 중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노란색으로, 안토시아닌 성분은 붉은 색으로, 타닌 성분은 갈색으로 나타나게 된다. 기온이 섭씨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