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텃밭에서 길러 수확한 콩을 팔러 나온 중년 여인. 자오칭에서는 먼저 나온 사람이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모종혁
투쟁을 끝낸 주민들, 농기구 장만을 위해 장터를 열다재래시장은 도시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현지인의 원초적인 삶과 생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윈난(雲南)성 리장(麗江)시에서 가봐야 할 시장은 단연 자오칭(昭慶)이다. 자오칭은 다옌전(大硏鎭) 고성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신화촌(新華村)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려 찾아갈 수 있다.
자오칭시장이 처음 열리게 된 것은 물자교역회 '방방후이'(棒棒會)에서 비롯됐다. 리장을 다스렸던 지방 영주인 무(木)씨는 초기 통치기간 중 높은 세금 부과와 토지 수탈을 일삼았다. 그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리장고성의 도시 구조를 만들었지만, 백성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핍박이었다.
15세기 폭정을 견디다 못한 나시(納西)족 주민들은 몽둥이(棒棒)를 들고 대규모 투쟁에 나섰다. 민중 봉기에 놀란 무씨 영주는 잘못을 인정하고 착취를 없앨 것을 약속했다.
주민들은 투쟁을 끝내고 다시 농토로 돌아가야 했기에, 서로 간의 농기구 장만을 위한 장터가 열렸다. 투쟁의 도구로 쓰이던 크고 작은 몽둥이는 곡괭이, 낫, 호미, 도끼 등 농기구로 변모했다.
주민 간의 물자가 교역했던 그 날을 기념하여 해마다 방방후이가 열리게 됐다. 방방후이가 열린 자오칭은 주말 장터로 바뀌었지만, 첫 장터가 열린 날을 기념해 매년 정월대보름마다 방방후이가 5일간 개최된다.
방방후이가 열리면 리장뿐만 아니라 다리(大理), 샹그릴라뿐만 아니라 멀리 쿤밍(昆明), 판즈화(攀枝花), 라싸 등지에서 상인이 몰려온다. 나시족을 위시해 한족, 바이(白)족, 이(彛)족, 티베트인 등 다양한 민족들로 시장은 붐빈다.
자오칭시장의 특징은 주말에만 열리는 비상설 장터라는 점이다. 주말 장터이기에 물건을 파는 상인은 따로 정해진 장사 터가 없다. 먼저 나오는 사람이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전통 재래시장답게 집에서 만든 물건을 내다 파는 상인이 적지 않다. 손으로 꿔서 만든 방한복과 방석이나 곡괭이, 낫, 호미 등 농기구, 텃밭에서 기른 채소나 화초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된다. 나시족 삶의 향취가 진하게 남아 있는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