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교앞을 지나기 전에 있는 길거리 약수와 홍교, 벌교성당의 모습
서정일
직선도로 끝 무렵에 만나는 곳이 순천시 낙안면 구기마을과 보성군 벌교읍 연산마을로 시. 군의 경계선이다. 지금까지는 평야지대와 시골을 만났다면 이제부터는 약간 복잡한 곳과 만나게 된다.
좌측으로 농공단지며 우측으로도 집들이 연결돼 있다. 시골풍경인 낙안과 중소 상공도시인 벌교라는 곳의 차이를 미묘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구간은 어찌 보면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데 길 양쪽으로 집들이 들어선 것도 그 원인이 있지만 좀 더 높은 곳에서 본다고 가정하면 양쪽 산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홍교 다리를 앞두고 상무자동차학원을 지나면 곧바로 일명 봉림 길거리 약수를 만나게 된다. 산에서 솟아나는 물을 긴 호수로 연결해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논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인데 뚜벅이에게 이만한 식수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일단 음용을 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필자가 보장한다고 답하고 싶다. 필자가 2008년 이 지역 자전거 100회 답사 때 3개월간 날마다 지나면서 마셨는데도 전혀 탈이 없었던 물이다. 그런데 그 산을 보고 묘지들이 많아 좀 놀랄 독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래서 약수로 생각하거나 성수로 생각하거나 그것은 뚜벅이 생각 나름이다.
길거리 약수를 지나 길 모퉁이를 지나면 홍교와 만나게 된다. 홍교는 보물 제304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아취교다. 그런데 지금껏 걸어온 길을 더듬어 보면서 이곳에 서면 벌교천을 두고 양쪽 산이 엎드리면 코 닿을만한 거리로 좁혀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홍교 있는 곳에 큰 바위 하나 떨어지면 낙안들 전체가 자연 댐이 돼 엄청난 담수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속에 수장시키는 것은 꿈속이라도 끔찍한 일이다.
일단 홍교를 걷너 보자. 1737년경, 스님들이 공덕을 쌓기 위해 다리를 놨다고 한다. 그 스님들의 마음을 생각하면서도 걸어보고 일제강점기때 없애버리려 했던 것을 주민들이 막았다는 그 사연도 되새기면서 건너보자.
▲보성군 벌교읍 고읍리 부근길은 조용히 사색하기에 좋다
서정일
홍교를 건넜으면 광주방향 옛길로 걸어 올라간다. 다시 평야를 보러 올라가는 길이다. 3분 정도 복잡한 도로를 걷다가 고읍으로 들어서면 약8킬로미터의 길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시골 아스팔트길이다. 이 구간에서 차량 열 대 이상을 만났다고 한다면 그날은 아마도 그 마을 잔칫날(?)날일 가능성이 많다.
이 구간에서는 한가한 만큼 조용히 사색에 잠기면서 걷는 시간을 가져봄직하다. 물론 고민이 없는 사람들은 좀 지루한 시간이 될 듯도 싶지만 걷는다는 것이 곧 사색이기에 없는 고민도 만들어서 풀고 가는 길이 되길 바란다.
▲낙성초등학교에 다다르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길이며 들판이다
서정일
이후, 편안하게 쉴 공간으로는 낙성초등학교 느티나무가 있다. 그리고 다시 출발점인 낙안읍성앞까지 걷게 되는 구간은 낙안군 올래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 구간은 완만한 평야지대로 논 밭길을 지난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껏 걸었던 길의 장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특히, 옥산온야길로 접어들어 옥산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산티아고의 올래길을 연상하게 한다.
▲옥산마을길은 가장 올레길 다운 길이다. 들판 가운데 무덤 앞에 십자가를 새겨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서정일
▲순천시 낙안면 옥산길 47번지는 낙안군 올레길의 하일라이트인 셈, 마을의 작은 언덕이지만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
서정일
마을을 들어서는 입구부터 약간 오르막이 있고 그 언덕배기에 사람 크기만 한 돌에 십자가가 새겨져있다. 문득 자신이 성직자가 돼 순례길을 걷는 듯 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길가에 십자가가 있는 무덤은 분명 이색적이다.
이후 마을로 접어들고 옥산길 47번지에 다다르면 눈앞에 갑자기 낙안읍성의 평야가 펼쳐진다. 산에 오른 것도 아니고 불과 마을 언덕길에 서 있는데도 그 넓은 들이 눈에 쏘옥 들어오고 가슴까지 파고드는 길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낙안군 올래길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낙안군 올레길을 걷고 나서
▲낙안군 올레길에서 만나 볼 수 있는 풍경
서정일
이 길은 선조들이 마을과 마을을 다닐 때 사용하던 길이다. 세상의 모든 길이 소중하지만 옛 낙안군 마을길들은 주민들이 걸었던 길이면서도 동학군이 걸었던 길이며 빨치산이 걸었던 길이다. 긴 소설과도 같은 낙안군 올래길, 평온한 듯 한 산과 평야 속에서 그 얘기들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코스로는 이 길이 안성맞춤이다.
단지, 현재 아스팔트나 시멘트 포장길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경은 훌륭하고 아이들도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이다. 차후 구간별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시스템과 그 스탬프를 모두 찍어 가져온 뚜벅이들에게 낙안온천비용을 반액으로 해 주는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그 어느 길 못지않은 멋진 길이 되리라 생각된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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