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취직 좀 시켜주면 안 되겠니'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이종호
진보지식인과 언론 반성해야노 대통령의 정책방향은 옳았지만 기간이 짧다보니 새로운 지지층으로 끌어들인 유권자에 비해 잃은 유권자의 수가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었기에 노 대통령은 소수정부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복지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진보진영이 참여정부가 제시한 비전2030으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유권자가 정책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항상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250만-400만 사이의 중산층이 지속적 지지와 이탈로 양분된 것이다. 이는 이들의 선택이 경제적 이익(부동산 소유)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설득과 더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진보지식인과 언론이 참여정부를 비판할 시간에 참여정부의 복지주의의 성과와 정당성을 이들을 상대로 설득했다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을지 모른다. 좌파 지식인과 진보 언론은 얼마나 그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참여정부 비판에 앞서 먼저 반성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여론이 정책을 결정한다. 민주정부가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같이 의회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도 갖지 못한 채 어떻게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단 시일 내에 이루겠는가. 루즈벨트도 실제로 경제를 회복한 건 2차 대전 이후라고 한다. 국민의 다수(60% 이상)가 성장모델을 지지하는데 국민이 원하지 않는 복지정책을 더 확실히 추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독재를 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양극화 해결 노력으로 중산층을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노 대통령 덕분에 최초로 우리사회에서 소득이 중요한 정치적 변수로 등장했으니 좌파교수들이 가장 감사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결과적으로 이들의 세 번째 가설도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넷째, 노무현의 실패가 이명박정부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투표는 노 대통령 반대집단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동영 후보(각각 22%, 23%)보다는 이명박 후보(26%, 30%)에게 표를 더 던졌다(앞의 수치는 R&R조사, 뒤의 수치는 내일신문 조사). 정동영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이명박 후보는 적어도 선거운동기간에는 노 대통령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것이 일정 정도 과거 정권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클린턴의 경제 실적으로 따지면 고어는 부시에 비해 20% 정도의 표 차이로 당선되었어야 정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와 무관하게 당선된 노 후보의 2002년 승리도 대선에서 후보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네 번째 가설도 틀렸다. 이들의 주장을 반증하는 더 많은 증거를 보여줄 수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다.
만일에 최장집 사단의 주장대로 민주정부 10년이 개방도 하지 않고, 사회경제적 정책을 추진했다면, 기득권의 반발로 성공하지도 못 했겠지만 대통령의 지지도는 아마 민노당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정당, 진보언론, 좌파지식인이 왜 소수 중의 소수에 머물러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미래의 대안은 노 대통령이 어느 집단에서 왜 지지를 잃게 되었는지 정확한 진단에서 나와야 한다. 2008년 8월 조사에 따르면 고소득자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수도권, 고학력자들도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던 것으로 나온다. 수도권 고학력자들이 주로 신문의 정기 구독자임을 감안한다면 조중동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원래 수구언론이야 차치하고 진보언론과 지식인의 '반노 프레임'이 수도권 고학력자 중도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자산관리 성공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