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투표율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분명한 패턴은 세대별로 정치성향이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50세 이상은 강한 친여·보수성향을 보이고, 그 이하에서는 친야·개혁 성향이 더 높다. 역대의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투표율은 거의 압도적이다. 이것이 야당시절 한나라당이 보여줬던 재·보궐 선거에서의 강세를 뒷받침하는 열쇠였다. 여기에다 야당으로서 누리는 견제심리가 더해졌기 때문에 승승장구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의 세대별 투표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60세 이상의 연령층의 투표율과 40세 이하의 투표율 격차가 지난 18대 총선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20~24세의 경우 이들과 60세 이상의 투표율 격차가 46.6%P였다. 하지만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는 38.1%P로 줄어들었다. 50세 이하의 연령층 모두에서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강세를 낳은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많이 약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어쨌든 과거 한나라당의 승리를 낳았던 하나의 흐름이 변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여야의 구도 변화와 여권 성향의 포만감, 동기부여 정도 저하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이런 결론은 상당히 합리적인 분석이라 할 것이다.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 KSOI의 조사에 의하면 정당지지율은 한나라당 31.4%, 민주당 13.0%였다. MB 지지율은 32.7%였다. 리얼미터가 투표 전인 4월 15일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은 29.7%, 민주당 후보는 29.1%로 나타났다. 투표 의향층의 경우, 각각 36.2%와 34.1%로 나타났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민주당 후보의 승리였다. 그는 49.5%를 얻었고, 한나라당 후보는 39.1%를 얻는데 그쳤다.
주목할 것은 박빙의 지지율 차이가 결과에선 10% P가 넘는 격차로 벌어진 점이다. 세대별 투표율의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규모다. 결국, 이것은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숨은 야표(野票)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야권 성향은 행동심리학적으로 볼 때 약간 숨는 경향이 있다. 그 몫(portion)이 줄었다 늘었다 하기는 하지만 존재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현 정부처럼 패권적 강성기조를 보일 경우 숨는 경향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거는 민심표출의 핵심 기제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제도적인 장치로만 그럴 뿐이다. 투표행위를 통해 민심을 드러내야만 변화를 강제하는 물리적 힘이 된다. 최근 선거에서 투표율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2년 대선에 비해 2007년 대선은 투표율이 7.8%P 떨어졌다. 2004년 총선에 비해 2008년의 투표율은 14.6%P나 떨어졌다.
이처럼 낮은 투표율은 한나라당에 유리한 선거환경이다. 결과적으로 혜택을 한나라당이 누린다고 해서 그 책임까지 몽땅 한나라당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책임이 더 크다. 한나라당은 싫지만 마땅한 대안이 눈에 띄지 않을 때, 불가피하게 기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짱돌 던지듯 표를 던져야
재·보궐 선거에서 지금 한나라당이 생각보다 약한 판세는 견제론에 대한 호응이 높기 때문이다. 야당이 낫다거나, 야당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여권에게 따끔한 매를 들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당장 이번 재·보궐 선거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야당이 대안을 통해 한나라당과 차별화되는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명제다. 그래야 기권으로 돌아선 표가 되돌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투표권은 종이 짱돌(paper stone)에 비유되곤 한다. 누구를 향하든, 지금은 짱돌을 던질 때다.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