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연캐기 체험행사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쑥쑥 빠져 드는 뻘을 헤쳐가며 연 캐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추광규
'장화'에 '삽'에 '쇠스랑'에 장비와 도구는 충분한... '연 캐기 도전'시흥시에서는 오늘 행사를 위해 준비를 충실하게 해 놓았다. 갯벌용 장화에 자루가 짧은 삽 그리고 큼지막한 쇠스랑이 그것이었다. 진흙밭에서 연을 캐기 위한 최적의 장비가 비치되어 있었던 것.
허벅지까지 오는 갯벌용 장화를 신은 후 삽과 쇠스랑 등 장비를 챙겨들고 시작 신호와 함께 곧 바로 연밭에 몸을 날렸다. 한 뿌리라도 더 캐려는 욕심에서 말이다. 물론 1년치 먹을 연을 캐 오라는 아내의 지엄한 명령도 엄수해야만 했고 말이다.
마음은 앞섰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를 못했다. 발을 딛자마자 쑤우욱 빠져 드는 게 장난이 아니다. 무릎까지 빠져드는 바람에 둑에서 불과 3m 앞쪽을 오늘의 텃밭으로 삼고 캐는 작업에 곧 바로 들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둘째 아들이 문제다. 둑에서 따라 들어오더니 고함만 냅다 지르고 있는 것이다. 발이 빠져서 움직일 수 없다며 불과 서너 걸음을 제 스스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발이 뻘에 빠져들고 있어 못 걷겠다며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삽자루에 젖먹던 힘까지 불어넣고 힘차게 첫삽을 뜨려다가 말고 우선 아들을 뻘 속에서 끌어낸 후 자리잡고 있던 연 텃밭(?)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연밭 여지저기에는 빠진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상당수였다. 같이 왔음직한 부모들은 연 캐느랴 아이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조차 생각치 않는 듯.
우리 세 부자가 그럴진대 더 어린 아이들이 있는 다른 가족들은 더 말해서 뭐하랴. 생전 처음 연밭에 들어선 후 발이 깊숙히 빠져드는 색다른 경험에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이 놀래서 지르는 비명과 고함 탓에 행사장이 온통 시끌시끌하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가운데에도 오늘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두 아들이 옆에서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번 삽을 굳게 움켜쥔 후 오늘의 첫삽을 뜨면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먼저 굵어 보이는 연 줄기를 고른 후 그 밑을 파고 들어 갔지만 뿌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연 뿌리는 30cm 내외에서 옆으로 뻗어 있다고 했는데 아닌 것이다. 줄기를 따라서 한참을 파헤치고 들어 갔지만 연근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가로 세로 1m 가량을 30여분에 걸쳐 깊게 파헤쳤지만 목표로 했던 연근은 그 어느 구석에서도 보이지를 않았기 때문.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먼저 파헤쳤던 것을 또 다시 파헤쳤던 것이 아닌가 한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진다. 발은 자꾸 밑으로 빠져 드는 것 같더니만 그래도 무릎께에서 멈췄다. 옆으로 이동하려고 발을 뺐지만 쉽지 않다. 우리 세 부자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뻘만 파헤쳤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그렇지를 않았다. 행사장 여기저기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자신들 스스로 연을 캐냈다면서 연을 두 손으로 번쩍 치켜든 채 흥분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연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