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소 홈페이지
화면캡쳐
정부가 '봉이 김선달'임을 자처하는 시대다. 수백 년 전 선달이 상인들에게 평양 대동강물을 팔았다면, 현재 정부는 국민에게 물은 물론이고 전기, 가스, 도로, 사회서비스 등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재를 상품화해서 팔고 있다. 선달은 대동강물 판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반면 이명박 정부는 공공상품화로 얻은 이익을 기업의 뱃속으로 쏟아 넣고 있다.
'공공성'이 점점 외면 받는 시대, 신자유주의가 장악하고 있는 이 시대를 파헤쳐 사회공공성의 의미를 되찾겠다는 연구 집단이 있다. 바로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다. 이제 갓 창립 1년을 넘어선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미 진보 싱크탱크로서 그 이름을 꽤 알렸다. 남다른 비법이 있을까.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지난 10월 9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사회공공연구소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람들로 북적일 줄 알았던 사무실이 텅 비었다. 사무실 안쪽에서 한 사람은 전화통화에 여념이 없고 한쪽 구석 개수대에선 또 다른 이가 이를 닦고 있다.
"첫인상이 이러면 안 되는데…. 저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예요. 연구소에서는 중남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닦던 이가 인사를 건네는데 바로 내가 "아~ 박정훈 연구원이요"라면서 이름을 댔다.
특별히 연구원들에 대해 조사했다기보다 워낙 중남미 관련 글들에서 그의 이름을 많이 봐왔기에 자연스럽게 이름이 떠올랐다(이만큼 사회공공연구소는 알게 모르게 꽤 유명하다). 박 연구원에게 중남미 얘기도 듣고 싶었는데 이를 다 닦더니 바로 사무실을 나선다. 다른 연구원들도 에너지 민영화 관련 연구 중간 발표회에 갔단다.
이래저래 연구소 다른 식구들 얼굴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쉽긴 하지만 그들을 만나지 않아도 그들을 알 수는 있다. 연구소는 보고서로 말한다고 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전화 통화를 마친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이 보고서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연구소의 속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공성이 외면받는 시대, 공공성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사회공공연구소의 기반은 독특하다. 노동조합이 돈을 대서 만들어진 연구소다. 연구소의 물주는 발전, 항공, 영화 등 사회공공서비스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해있는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이다.
오 실장은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우리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전체 사회구성원들의 권리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라고 연구소의 설립취지를 설명한다.
그렇다보니 다루는 영역도 방대하다. 국가재정, 사회복지(연금, 요양, 사회서비스 등), 철도, 에너지, 문화예술, 중남미 지역연구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대부분의 공공영역이 연구 분야다. 그런데 문화예술분야도 공공영역인가?
"노조 부설 연구소여서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분야는 특히 주목합니다. 공공노조 산하에 문화예술노조들이 있어서 주요하게 다루죠. 현재는 공공예술기관의 법인화 문제를 연구 중입니다." 오 실장의 얘기를 듣다가 문화를 자꾸 공적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으로 가둬버리려는 가진 자들의 논리에 나도 어느새 젖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 놀랐다.
"강수돌 소장님은 언론이나 농업도 다뤄야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지금 인력으로는 벅차죠." 현재 공공노조에서 파견 나온 기획실 반상근 연구위원이 2명이고, 전문 연구자로 구성된 연구실도 전임이 3명, 비전임 1명이니 결코 많은 인원이 아니다. 따로 5명의 객원 연구위원을 두고 있기는 하나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문화예술도 공공부문? 농업, 언론도 공공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