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그림자가 법고에서 춤을 춥니다
임윤수
사회자가 법고소리가 다름을 질문하자 하유스님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단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구산 스님이 정통이고, 내가 날라리'라고 대답합니다. 구산스님은 불가에 입문하여 전승을 받았지만 당신은 군에서 드럼을 치던 리듬에 신명을 더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다시 한 번 '구산스님이 정통이고, 당신은 날라리'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말로 슬그머니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꾸밈도 거리낌도 없이 당신을 한 없이 낮춰가며 10년 후배가 된다는 구산스님의 법고를 돋보이게 드러내줍니다.
끊이지 않는 의혹으로 양파에 비유되는 위정자가 득세하는 현실에서 스스로를 낮추고, 말하지 않아도 될 사실까지 말함으로 걸림 없이 살아가는 출가자의 한편을 보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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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고 깜깜한 밤하늘에 울림이 된 법고소리가 둥둥 퍼져갑니다. 밤공기는 북소리에 흔들리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뭔가에 빨려 들어가듯 점차 조용해집니다. 북을 두드리는 손놀림에 따라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하고, 멈춰 선 듯 가라앉기도 합니다. ⓒ 임윤수
'전승'이라는 틈새로만 본다면 법고를 두드리던 하유스님의 손짓은 날라리였을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작은 허물이 될지도 모를 사소함을 밝히는데 스스럼이 없는 하유스님의 언행은 법고소리보다도 더 큰 울림이며 실천입니다.
깜깜하기만 했던 밤이 점차 밝아지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반달 때문만이 아니라, 천진무구하다고 할 만큼 밝고, 맑은 스님들이 마음으로 치는 법고소리가 둥둥거리며 울려 퍼졌기 때문일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동영상의 내용은 2009년 10월 12일 봉행된 낙산사 2차 복원불사 회향식 전야에 행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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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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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법고소리보다 더 큰 울림, '내가 날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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