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남소연
최시중 위원장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 취임초부터 "방통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 저해를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되겠다"(2008. 3. 2 내정 기자간담회)거나 "정부가 부당하게 탄압한다면 대통령과 만나 담판을 해서라도 방송 독립을 지키겠다"(2008. 3. 17 국회 인사청문회)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후의 언행을 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였다. 아니, 그는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 태생적으로 중립적일 수 없는 인물을, 이 대통령이 정책결정기관장으로 선임한 것 자체가 문제의 발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통위원회의 신분이 민간인에서 공무원으로 바뀌면서 방통위에 대한 청와대나 국무조정실의 간섭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의 입김이 세졌을 뿐만 아니라 최 위원장이 직접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크다.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구본홍 YTN 사장 등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언론-방송특보 출신들을 줄줄이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관련기관의 사장에 앉혀 'MB정부의 괴벨스'라는 악명을 얻었다.
돌이켜보면 YTN 사태는 촛불정국으로 잠시 숨죽였다가 본격화한 정권의 미디어 장악과 여론 통제를 위한 전초전이었다. 방통위는 그뒤로 정연주 KBS 사장 해임의 걸림돌인 신태섭 KBS 이사를 해임해 KBS이사회를 과반이 넘는 친한나라당 성향 인사로 구성한 뒤에 정 사장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그러나 신태섭 이사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에 비추어보면, 이사회 구성 자체가 원인무효에 해당하니 정 사장 해임도 무효인 셈이다.
그리고 올해 7월 한나라당은 강승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과 신문법 등 언론 관련 법안을 일방적으로 날치기했다. 날치기는 MB-한나라당표 언론 장악의 완결편이다.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방송을 포함한 방송에 진출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을 신규 설립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은 오는 1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언론 장악할 생각 없다'는 이 대통령 발언에 62%가 '신뢰 안 한다'이와 같은 미디어 장악과 통제 시도는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집단이 두 번의 정권창출 실패를 공영방송의 '반한나라당 정서' 탓으로 여기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MBC와 KBS 2TV의 민영화를 공약으로 주장해왔다. 물론 이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또한 언론산업 선진화의 일환일 뿐 장악의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예 "민주화된 시대에 어느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느냐. 정권이 언론의 눈치를 보는 시대인데 어떻게 장악하나"라고 반문한다. 또 "방송 장악 의도도 없고 장악할 수도 없다"고 억울해 한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한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문방위원인 장세환 의원(전주 완산을, 민주)과 공공미디어연구소가 공동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언론정책이 이전(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잘못하고 있다(57.6%)는 쪽이 잘했다(36.3%)는 쪽보다 훨씬 더 높았다.
또 언론을 장악할 생각도 없고, 장악할 수도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묻는 설문에서도 '신뢰를 안한다'(61.8%)는 응답이 '신뢰한다'(34.5%)는 응답보다 곱절 가까이 더 많았다.
미디어법 처리과정에 대해서도 대리투표-재투표 의혹 등 법적(절차상)으로 문제가 많았다(66.0%)는 의견이 강행 처리되긴 했지만 법적(절차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18.8%)는 의견보다 3.5배나 더 많았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
29일 헌재의 미디어법 날치기 권한쟁의 심판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