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씨(왼쪽)와 민성희씨는 마을에서는 언니 동생으로 지내다가 힘을 합쳐 찻집을 열게 되었다.
주재일
'생기' 김진숙 "충분히 행복하고 싶어 찻집 열었어요""공대 나와 휴대전화 개발하는 회사 들어갔다. 10년 정도는 그 일을 할 줄 알았다.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들더라. 그런데 건강하게 살기는 어려웠다. 새벽같이 나가서 늘 야근했다. 빨리 끝나면 저녁 10시다. 기계도 쉬게 하고 기름칠을 해야 오래 간다는데, 사람에게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사람에게 투자는 하지 않고 뽑아내려고만 한다.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마찬가지다.
관련 회사 가운데 어느 대기업에서는 직원이 해외출장 갔다가 죽어서 돌아온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회사나 주변 회사들에서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과로로 쓰러진다. 어떻게 해서든 버텨내면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인생다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회사는 회사에 올인하기를 원한다. 직장 선배들도 힘들게 살다가 조금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옮기거나, 우리나라보다 연구하는 조건이 좋은 외국으로 이민 갔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었다. 10명 중 한두 명이 살아남아 팀장을 한다. 내가 운이 좋아 팀장이 되더라도 내 몸과 가정은 포기할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할까 회의가 들었다. 몸도 마음도 점점 한계에 도달하면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때마침 우리 마을에 사는 친구들과 언니들이 '마을에 찻집이 없는데,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하면 잘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사람답게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면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끼면서. 그래서 돈을 적게 벌어야 한다면? 적게 쓰면 된다.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 함께 운영해서 다행이다."
'봄빛' 민성희 "꿈을 10년 일찍 이룬 만큼 더 정성껏""1년 동안 꼬박 마을에서 아이를 키웠다. 내 품에서만 자라는 것보다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아이를 만날 때, 더 잘 돌볼 수 있겠다 싶었다. 마침 마을에는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다. 내가 직장에 다닌다면 저녁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그건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알맞은 일을 찾기란 참 어려웠다. 진숙 언니가 함께 찻집을 해보자고 했을 때 고마웠다.
찻집 운영은 내 꿈이었다. 40대가 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꿈을 10년은 일찍 당겨온 것 같다. 어떤 찻집을 할까 고민할 때부터 즐거웠다. 마을에 찻집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에게 '인생 참 편하게 산다'는 핀잔 아닌 핀잔도 들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대하듯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럴수록 내 꿈이 뭔지 더 고민했다. 찻집을 하는 건지, 찻집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건지. 진숙 언니와 함께 꼭 성공할 거다. 마을 사람 누구나 쉴 수 있는 공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도 잘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 '생기'와 '봄빛'은 김진숙·민성희 사장의 애칭이다. 찻집에 들르면 "사장님" "언니" "여기요" 대신 "생기님" "봄빛님"을 불러보자. 처음 부를 땐 어색할 수 있지만, 자꾸 부르면 묘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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