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호일에 싸서 갓 구워낸 군고구마를 아이들이 신나게 먹고 있다. 더군다나 밤고구마였다.
송상호
한 쪽에선 숯불 바비큐가 한창. '두레생협'의 한 회원이 직접 기른 흑돼지. 항생제 섞인 사료 먹이지 않고 '짬밥'으로만 먹여 키웠다는 소위 친환경 돼지고기. '자글자글' 돼지고기 굽는 소리와 냄새는 거기 있는 사람들의 식탐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맛있는 고기부위 하나가 주어지면 손에 들고는 들판을 뛰어다니며 먹는다. 아이들은 잠시 원시인들이 된다. 어른들은 숯불 바비큐에 시원한 양성 막걸리 한잔. 어른들 중 누군가가 "캬~ 내년엔 곡차체험대회를 해도 되겠어요"라고 던진 농담에 들판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무슨 군부대 훈련 같아요"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는 움직여야 하는 시간. 소위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라는 체험 시간. 사람들은 '그래봐야 시골마을 한 바퀴 도는 거겠지'라며 가벼운 마음. 하지만 이내 그 선입견은 마을 뒷산 허리를 넘어 감으로서 산산조각 났다. 오래된 전통마을이라 산 중턱에 있는 사당과 오래된 전통 묘들을 체험하고자 함이다.
이 마을에 어르신 중 한명이 일행들을 이끌고 다니며 마을 곳곳을 소개한다. 어른들은 소개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만, 아이들은 산을 올라가며 노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언제 요즘 아이들이 부모와 친구의 손을 잡고 산을 넘어 봤을까. 산을 넘고 난 후 되돌아보며 모두들 자신들이 넘어온 산이라는 게 신기한 듯. 비록 마을 뒷동산이지만, 그리 낮지 않은 산이 분명하다. 오죽하면 한 소년이 "무슨 군부대 훈련 같아요"라며 신나해 했을까.
마을 어르신의 뒤를 따라 말 그래도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요즘 시골 마을은 온통 깨를 터는 중이다. 추수한 깨들을 도리깨로 터는 것을 본 아이들은 말로만 듣던 도리깨질에 잠시 눈이 머문다. 어르신이 인도한 곳은 400년 된 마을 고택. 그 연한에 놀란 것은 어른들이지만, 아이들의 눈앞엔 거대한 장난감 하나로 보이는 듯. 고택을 보자마자 만져보고 열어보고 뛰어다녀 보고. 심지어는 가져간 나무 가지로 고택 마루에서 칼싸움이 벌어진다. 고택에서 나오는 지하수에 모두가 400년 된 약수를 대하듯 세수도 하고 먹어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