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대신 '장터'를 같은 날(8일) 방송 된 기사인데도 이렇게 다르다. 왼편이 '마켓'대신 '장터'를 사용한 YTN 방송기사 대본이다.
유지혜
한글날을 하루 앞두고 국민에게 올바른 언어사용을 유도해도 모자를 판에 언론사가 앞장서서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다. 공중파 3사는 전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이므로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지상파 방송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도 기사에서 영어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문장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게 요즘 현실이다.
-지상파 뉴스, 한자어·외래어·전문 용어 남발지상파 방송의 외국어 남용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KBS1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의 어휘 표현 문장 등을 조사한 '방송 뉴스 프로그램의 언어 사용 실태'를 발표했다.
그 당시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순화하지 않은 한자어와 외래어, 의미가 모호한 표현,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어휘를 빈번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본'을 놔두고 외래어인 '오리지널 버전'을 쓰고 '해설자·진행자' 대신 'TV캐스터'를 사용한 것도 지적 사항에 올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후 조사결과를 방송뉴스 제작에 참고할 수 있도록 KBS·MBC·SBS에 각각 통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각 방송사 뉴스 제작 책임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통해 효과적인 방송 언어 개선을 위해서였다.
지상파 방송은 여전했다. 외국어 오·남용은 매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지만 방송사들은 그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식은 커녕 개선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KBS와 다른 지상파 방송의 현재 모습은 건전한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고자 하는 방송의 '이상(理想) '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글' 없는 한글날 며칠 전 인도네시아의 소수부족인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한 지 두달이 지났다는 기사가 조선일보에 게재되었다. '한글 수출'에 북한과 외신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니 한글이 세계화의 첫 걸음을 뗀 것 같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중국이나 대만에서도 한류열풍으로 한글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한다.
나라 밖에서는 이처럼 한글을 서로 배우려고 난리인데 정작 국내에선 방송사들이 앞장서서 한글을 배척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 말 우리 글을 사랑하고 올바르게 가꿔나가야 할 공영방송들, 특히 지상파 방송에서 외국어 사용이 더 빈번하게 사용되는 현실은 필자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제 563회 한글날(10월 9일)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한글날을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7일 "이미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에게 수출된 한글을 보다 폭넓게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한글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세계 만방에 알려야 한다"며 고 말했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해서 후세에 한글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나 올바른 한국어 사용이 더 먼저다.
언론의 외래어 남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한글이 설자리는 좁아지고 외래어와 외계어(통신상에서 새로 생긴 말로서 알아듣기 어려운 말)가 지상파방송을 점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글 없는 한글날'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한글날을 맞아서라도 언론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온통 외국어로 도배된 방송이 스스로 '한국 방송'이라고 외쳐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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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마켓'... 지상파 방송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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