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하나가 되면서 새 이름을 붙였는데 알파벳 lh가 되었습니다.
최종규
농협이 'NH'로 이름을 바꿀 때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법 높기는 했으나, 이와 비슷한 짜임새로, 'LH'라는 기관이 며칠 앞서(2009년 10월 4일) 새로 태어났습니다.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가 하나가 되면서 새 이름을 붙였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LH'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dibrary(디브러리) ├ koscom(코스콤) └ kotra(코트라)
그리고 '디브러리'와 '코스콤'과 '코트라'는 한글로 적는 기관이름마저 아예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 기관들은 아예 '알파벳으로 적는 기관이름'만 쓰고 있습니다. 이 또한 "아는 분은 잘 알는지 모르"나 '디브러리'라고 하는 공공기관을 아는 한국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이곳 디브러리에서 만들어서 쓰는 상징무늬나 상징그림 또한 영어를 짜깁기해 놓아, 책을 좋아하거나 자료를 찾으려는 사람들한테 제대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알쏭달쏭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환경부에 딸린 기관인 '숲에on'은 '숲에온'이라고 해도 넉넉하지만, 굳이 '숲에on'처럼 기관이름을 씁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숲사랑을 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공직에 있으신 분들은 우리 말과 글을 알뜰히 아끼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공직자들이 몸담은 곳으로 찾아오는 사람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여느 사람들한테 문턱을 낮추는 데에도 힘쓰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정부 중앙부처에서 쓰는 상징말을 살피면, 'MI', 'CI', '심볼/심벌' ,'심볼마크/심벌마크/마크' 같은 말을 아무렇게나 섞어 쓰는 가운데 'Symbol Mark(교육과학기술부)'처럼 아예 대놓고 알파벳으로만 적는 기관이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ㄱ(기역)'을 셋을 붙인 상징무늬를 만들어 남달리 모범이 되지만, 이렇게 빚어낸 상징무늬를 가리킬 때에 'MI'와 'Symbol Mark'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지자체하고 크게 다를 바 없이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좀더 생각하고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면 이 같은 아쉬움은 말끔히 털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