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남소연
[2신: 6일 저녁 7시 10분]
원장실엔 875만 원짜리 에어컨, 회의실엔 3만 원짜리 선풍기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의 '반노동 발언', 외유성 일자리포럼 계획, 논문 자기표절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부적절한 예산 사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6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같은 총체적 의혹을 제기하며 박기성 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박 원장은 오후에 다시 지적받은 '헌법 노동3권' 등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여전이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자기 말도 기억 못하시는 분이 국책연구 하시냐"는 질타를 받았다. 또한 기업 스폰서를 받은 제주도 일자리포럼 계획에 대해서도 "포럼 회장인 남성일 서강대 교수에 일임해 일정만 알았을 뿐 구체적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김세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박기성 원장의 사려깊지 못한 발언들에 대해 이사장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박 원장이 지쳤는지 실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장실에서 간담회 열고, 호텔에서 카드 긁었다? 이날 이성남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기성 원장이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서류상의 사용장소와 실제 법인카드 사용장소가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박 원장은 지난 5월 6일 '경제위기와 일자리 창출' 간담회를 열었는데, 서류상 회의 장소는 노동연구원 원장실이지만 실제 카드 사용장소는 S호텔 레스토랑이었다. 이성남 의원실이 지난 1년간 박 원장이 사용한 69건의 사례 중 4건을 무작위로 뽑아 확인한 결과 3건이 이 같은 유형을 보였다.
박 원장은 이 같은 질의에 한참을 머뭇거린 뒤 "잘 기억을 못하고 있다"면서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간사로 사회를 맡고 있던 이사철 의원도 나서 "사실이라면 도덕성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인데 학자로서 그런 짓 하면 되냐"고 박 원장을 나무랐다.
또한 이날 유원일·홍영표 의원의 발언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박기성 원장은 지난 6월 875만 원을 들여 원장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문제는 연구원이 입주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은 구조상 에어컨 냉방이 어렵다는 것이다. 건물이 노후화돼 전력이 과부하되면 정전이 잦고, 설치 자체도 어렵다. 게다가 중앙 냉난방을 실시하는 건물이다.
이에 대해 박기성 원장은 "원장실은 개인 공간이 아니라 연구원을 대표하는 연구원의 얼굴"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원장실에 에어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님들이 계속 오는 상황에서 쾌적한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원들에 따르면, 정작 회의실에는 에어컨이 없어 외부 연구자들이 "더워서 회의가 어렵다"고 말하고, 연구자들은 2만~3만 원짜리 선풍기로 여름을 나야 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노조원들이 극렬히 저항... 지난 정부의 이면계약 정리해야" 경상비의 부적절한 사용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노동연구원의 연간 경상비는 모두 18억 원인데, 이 중 건물임대료 15억 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경상비는 연간 3억 원이다. 유원일 의원은 "연구자들은 연구 인터뷰 응답자에게 지급되는 답례품도 구입하지 못하고, 연구수행에 필수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구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연구원은 이 같은 실질 경상비 중 660만 원을 C테니스장을 1년 사용하는 임대료(매달 55만 원)로 사용했다.
그러나 C테니스장은 한남동에 위치해 여의도에 있는 연구원과 인접성이 떨어지고, 사용시간도 토요일 오후 3시간밖에 안 된다. 또한 연구원내 동호회는 모두 15개인데, 이 중 테니스 동호회원은 7~8명에 불과하다. 박기성 원장이 바로 이 테니스 동호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