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는 시에라리온의 '분쟁 다이아몬드'의 밀거래와 함께 소년병의 참상을 고발한다.
워너브라더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던 솔로몬(디몬 하운수)은 유례 없이 크고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다. 그 사실을 접하게 된 용병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 다이아몬드를 얻어 아프리카 땅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다이아몬드 밀수와 그 유통과정의 비밀을 폭로해 가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줄기이지만, 이 영화 속에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솔로몬의 어린 아들 디아가 반군에게 끌려가 소년병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12살내기 어린아이가 반군 세력에게 끌려가 소년병이 된다는 사실이 영화 속의 설정만은 아니다. 어린이들이 납치되어 극악무도하고 냉혈한 살인마로 세뇌를 당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세계에는 이런 공포가 현실이 된 수천 명의 가정이 존재한다. 소년병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건 어린이들이 전쟁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무력인지 깨달은 어른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는 이미 30만 명의 소년병이 실재하고 있으며, 영화는 소년병들을 세뇌시키는 과정을 거침없이 묘사한다. 반군들은 어린이들에게 무기를 사용하고, 사람을 죽이는 법을 가르친다. 영웅심을 자극하기 위해 람보와 코만도 같은 전쟁 영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코카인이나 마리화나 등의 마약을 흡입하게도 한다.
마약을 하게 되면 힘이 더 생기는 듯 하고, 성격이 사나워진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잊게 만들며,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도 더 쉬워진다. 양심을 괴롭힐 만한 일도 기억에 남지 않게 된다. 어린이들이 공포심도 동정심도 없는 악마로 만들어져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마약을 먹여가며 전쟁을 수행하는 어른들 때문에 어린이들의 영혼이 파괴되고 있다.
전쟁 속의 어린이들- 소년병의 현실
소년병의 범위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광범위하다. 정규군이나 비정규군으로서 참여하는 전투병뿐만 아니라 짐꾼, 연락병 등 분쟁집단에 속한 남녀어린이들이 모두 소년병의 범주에 포함된다. 전세계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18세 미만 소년병의 수는 30만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소형 무기의 양산과 판매는 어린이에 대한 징집을 부추기고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납치나 강제징집 등으로 군대에 끌려가지만 가난으로 배고픔을 못 이겨 자발적으로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많은 소년들이 집을 떠나 도망을 치게 되며, 가족을 잃고 숲을 헤매게 된다. 가족과의 이별 이후, 모든 것이 무너진 극한의 상황에서 안전을 찾게 되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에 소년병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어린 나이에 전쟁에서 여러 가지 고된 임무를 수행한다.
1990년 이래 크고 작은 전쟁으로 인하여 2백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하였으며, 4백만 명의 어린이가 심한 부상을 입었다. 무력분쟁 사망자의 90% 이상이 일반 시민이었으며, 80%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였다. 분쟁이 끝난 지역에 남아 있는 지뢰 등 미폭발무기는 오랫동안 어린이 생명을 위협한다. 전세계적으로 매설된 소형지뢰의 수는 2억 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으로 어린이들이 난민이 되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며,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간접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시에라리온의 소년병 이스마엘 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