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여론에 형량 오락가락하면 사법신뢰 떨어져"

"국민 법 감정과 법원 양형에 차이 알았다"

등록 2009.10.05 13:50수정 2009.10.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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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은 등교 중이던 8세 여아를 참혹하게 성폭행한 '나영이 사건'에 대한 피고인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논란과 관련, "일시적인 여론에 의해서 형량이 오락가락하면 사법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5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재판이 이뤄진 사건에 대해서 양형을 논하는 것은 온당치 않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의 법 감정과 법원의 양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앞으로 양형기준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도 세심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출범한 양형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해 "(그동안) 사법부가 너무 온정적인 양형이 아니었나 걱정하는 것을 잘 안다"며 "판사 여러 명 놓고 조사하면 항상 (양형) 편차가 난다. 기준이 없으면 양형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어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으니, 양형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그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민일영 대법관 제청 과정에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제청하는 사람(대법원장)과 임명하는 사람(대통령)의 생각이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는 것"이라며 "갈등으로 볼 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관예우' 관행이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이 여전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법원장은 "감형 문제이지, 판사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하는 것은 없다"고 일축하면서 "양형기준에 따라 (재판을) 하면 (그런 인식은) 불식될 것이고, 양형기준을 만드는 것이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정에서 이 사람은 징역 몇 년을 선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양형조사가 이뤄지면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온다"며 "그 동안에는 그런 조사 없이 검사 구형, 변호사 변론만 듣고 (판사가) 형량을 결정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판사에 줄이 없으면 중형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우선 법정에서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면 그런 불신이 사라질 것"이라고 거듭 양형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법원의 양형조사관 도입 문제를 놓고 검찰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대법원장은 "법원의 양형과 검찰의 구형은 근본적으로 달라 검찰이 양형조사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법관이 재판 과정에서 양형 조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양형조사관의 조력이 필요해 양형 조사를 한다면 하면 되는 것이고, 그 절차만 제대로 만들어서 하면 되는 것이지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해 관여할 성질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행정부처 공무원노조와 통합해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났다.


이 대법원장은 "법원공무원들은 사법부 공무원으로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 공무원과는 구별돼야 한다"며 "행정부 공무원들이 법 집행 할 때 잘잘못 가리는 게 사법부 공무원인데, 집행하는 사람하고 사법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하나의 노조를 구성하면 국민들 눈에 법을 집행하는 자와 그 잘못을 가리는 사람이 함께 구별이 안 돼 재판에 대한 신뢰를 해칠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스쿨의 우수 인재가 대형 로펌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법원에 우수한 사람들이 다 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며 "법원에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소명 의식이 뚜렷한 사람, 일반인들의 평균적인 의식이 있는 사람이 들어와야지, 너무 머리가 좋아서 자기 혼자 집착하는 사람이 오는 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로펌에 우수 인재가 가도 걱정할 일 아니다"며 "법률만 공부한 사람은 경쟁력이 없어 법조계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사회 각 분야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이 법률을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신뢰 회복을 위해 언론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민은 언론을 통해 사법의 안방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언론이 법원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해주면 사법에 대한 신뢰가 향상될 텐데 지금 신문에는 사법이 잘한다는 기사는 없고, 부정적인 기사만 나온다"며 "일시적으로는 독자의 호기심도 끌지 못하고, 언론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기사가 아닐지 모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사법에 대한 신뢰가 커져 법치주의가 완전히 정착되면 그것으로부터 얻는 열매는 굉장히 클 것"이라고 언론에 호의적인 기사를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 #나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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