頃(경), 고개 숙여 신을 예배하다

한자로 보는 세계(27)

등록 2009.09.30 15:02수정 2009.09.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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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는 하늘과 땅이 이어져 신과 사람이 서로 교통하며 살았다. 신은 인간을 위해 풍부한 음식과 옷, 집과 땅을 주었다. 사람들은 겸손하게 허리를 굽혀 신을 예배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형제인 동물과 나무와 돌과도 잘 어울려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가 끊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여 일을 하고 병에 걸리며 동물을 비롯한 다른 자연과도 싸우면서 지내게 되었다.

 

세계의 신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하늘과 땅, 신과 인간, 다른 벽과 지구의 관계가 단절된 원인을 한결같이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성서의 바벨탑 이야기를 비롯한 옛 신화를 살펴보면, 인간의 욕심과 오만을 단절의 가장 큰 원인으로 들고 있다. 頃(경)은 신의 강림에 허리를 굽혀 예배하는 모습이다. 신과 자연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허리를 굽히고 겸손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다.

 

 頃(경) 頁(혈) 傾(경) 穎(영)
頃(경) 頁(혈) 傾(경) 穎(영)새사연
頃(경) 頁(혈) 傾(경) 穎(영) ⓒ 새사연

頃(경)의 소전, 頁(혈)의 소전

 

頃(잠깐 경)은 匕(비수 비)와 頁(머리 혈)의 조합이다. 匕는 오른쪽으로 향한 사람의 모습으로 여기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神(신)을 나타낸다. 匕는 수저(匙. 수저 시) 또는 작은 칼(匕首. 비수)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頁은 禮冠(예관)을 쓴 사람의 모습이다. 그래서 頃(경)은 강림하는 신을 예관을 쓴 사람이 몸을 기울여 예배하는 모습으로 傾(기울 경)의 본디 글자이다. 신은 그 모습이 잠깐 비치므로 頃(잠깐 경)이라 한다. 頃刻(경각)

 

傾(경)의 소전

 

頃(경)이 본래 몸을 기울여 신을 예배하는 모습인데 '잠깐'이라는 의미로 쓰이자 亻

(인)을 덧붙인 傾(경)을 만들어 '기울다'는 뜻으로 쓴다. 傾注(경주)

 

穎(영)의 소전

 

벼는 이삭이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頃(경)이 '기울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벼(禾)를 덧붙인 穎(영)은 기운 벼, 즉 '이삭'을 뜻한다. '빼어나다'는 뜻도 있다. 穎果(영과)  

덧붙이는 글 |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9.30 15:02ⓒ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頃(경)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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