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종합고용지원센터의 오전 9시 풍경. 시작 시간부터 실업급여 등을 신청하려는 실직자들이 꽉 들어찼다.
송주민
삶의 현장의 실상을 파악해보고자,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 각 시도·지역별로 위치한 고용지원센터는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악화된 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다. 꼭 1년 전 터진 미국 월가의 '금융충격' 이래로 지금까지 줄곧 실직자들과 구직자들로 인해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추석을 앞둔 9월말 고용지원센터의 모습은 여전히 분주하다. 그러면서도 싸늘하다. 업무 시작 시간은 오전 9시. 하지만 이 시각 전부터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대기 순번표를 뽑아들고 자리에 앉아있다. 대부분은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실직자들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구직자들도 섞여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 부산스럽고 북적댈 분위기가 날 만도 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서로 간의 대화는 전혀 없고, 시선 교환도 잘 보이지 않는다.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은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살며시 옆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며 이야기를 청했다.
업무시작 30분 전부터 대기 순번표를 뽑아들고 벤치에 앉아있던 주부 한현경(41)씨. 그는 한 관공서에서 계약직으로 7년간 일하다가 지난 6월 말 계약만료로 실직했다. 지난달 말에 실업급여를 처음 받았고, 이날은 두 번째로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경기회복?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잘 못 느낀다""올해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말들이 많았고, 실제 그런 분위기여서 힘들어도 참고 일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재계약이 안 돼 일자리를 잃게 된 거죠."한씨는 지난 7월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계약직 공공기관 근로자 중 하나였던 것. 그는 "급여는 세금 제외하면 90만 원 정도 받았다, 그래도 자녀 둘을 키우면서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이라 좋았는데 이렇게 그만두게 돼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자격증도, 기술도 없는 주부인 한씨는 다른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가장 큰 걱정은 자녀들 사교육비다. 고교생과 중학생 자녀 둘을 둔 한씨. 학년이 오를수록 느는 사교육비는 항상 가족생계를 불안하게 만든다. 넉넉지 않은 남편 수입만으로는 늘 부족하다. 결국 그도 어떻게든 계속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자녀를 키우고 가사 일을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정말 어려워요. 솔직히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직업은 식당 등의 서비스직밖에 없는데, 그건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돼서 집안일과 함께 병행하기가 부담돼 선뜻 하기가 망설여지고요."그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나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들은 거의 못 느낀다"며 "교육비나 생활비 부담이라도 좀 줄여줬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구직? "막막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