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약육강식의 정글의 비유는 맞지 않는다. 인간의 세계엔 지속가능함의 미덕은 없다. 한 없이 추락하는, 빠져서 허우적 댈수록 더 빠지는 늪이 오히려 더 어울릴 듯하다.
페이퍼로드
평등과 기회의 땅으로 알고 꿈을 위해서 헌신하던 젊은이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신들이 억압과 부정, 기회의 불평등이 주는 악몽과 고난의 진창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는 늪에 빠진 듯 서서히 잠기고 허우적댈수록 더 빠져드는 세계.
노동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곳에서의 노동자의 모습을 지나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내는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은 발간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착취'에 대한 묘사다. 자본이 인간성을 잠식하고 마치 노예처럼 부릴 수 있게 만드는 사회구조가 섬뜩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대부분 이 작품을 보는 시각이 '고기'에 대한 비위생적인 생산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을 읽고 미국에서 FDA가 생기게 되고 관련법과 육류 검역법이 생겼다. 너무 '식품위생'을 강조하다가 중요한 가치를 놓칠 수 있다.
개인의 행복을 위한 노동에 관한 가치와 자본주의가 그 가치를 압살하는 방식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작가의 의도는(인터뷰에서 밝혔지만) 사회속의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 자본주의 정치와 경제구조의 국가가 가진 문제점을 한 인간의 생존과 투쟁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여전히 이물질과 비위생적인 식품류는 유통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 특히 기회를 얻고자 이 땅에 꿈을 가지고 오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긴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그놈'들 까지 챙길 여유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