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및 당원협의회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녹색성장 등 투자 2조 5천억원'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 4조5천억원' 일자리 만들기 55만개'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준칙 2]이들의 진정한 목표를 발견하기 위해 공부 좀 하라 부시 행정부는 감세안을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포장했지만, 단기적으로 감세안을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널리 인정하는 어떤 경제학 이론도 없다. 경제 성장은 사실 그들의 목표가 아니다. 급진 우파들은 자본에 대한 모든 과세를 없애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그것이 이 정부의 감세안이 실제로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정책을 이해하는 방법은 그들이 대중들에게 그들의 계획을 선전하기 전에 이들 정책의 기획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정부에서 전직 목재 산업 로비스트 출신이 산림정책을 총괄할 때, 그 관리가 '건강한 산림'이라고 하는 말은 벌목 회사들이 더 많은 나무를 베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런데 저널리스트들이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렵다. 그들은 (급진 우파의 진정한 의도를 드러내 강력히 비판함으로써) 편향적인 엉뚱한 음모이론가처럼 비치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충분히 공개돼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음모가 개입돼 있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다.
[국내 사례] 이명박 정부는 여론 조작을 위해 노골적으로 방송장악을 진행하면서도 이를 언론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 또 '조중동 방송'을 허용함으로써 세계에 유례없는 여론 독과점 상황을 조성하면서도 자료 조작까지 하며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움.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이나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한 건국 60주년 표현 사용도 마찬가지. 자신들과 지지층을 위한 부자 감세안을 추진하면서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안이라고 주장,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면서도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건설업체 부양책을 추진한다고 주장,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을 편하게 사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기간제 3년 연장을 추진한다고 주장. 용산 참화를 연쇄살인범 검거 사건으로 물타기 시도.
[준칙 3]일반적인 정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가정하지 마라워싱턴정가에서는 스캔들이 일어나면 언론이 떠들어대고 관리들은 사퇴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무성 차관으로 일했던 석탄산업 로비스트인 스테펀 그릴은 예전 고객을 위해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육군참모총장인 토마스 화이트는 엔론 경영진 시절 가공 이익을 만들어낸 사실이 밝혀졌지만 유임됐고, '이해충돌' 사실이 드러난 국방정책자문위 의장인 리처드 펄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가? 기존 시스템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들 혁명세력들은 규칙에 따라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사례] 언론장악대책회의를 열었던 최시중 방통위원장이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유임, 땅투기와 표절 논란된 청와대 수석들과 장차관 대부분 그 자리에 있음. 자신들이 야당이었던 시절 같은 기준으로 사퇴 총공세를 펼쳤던 기준을 자신들에게는 적용 안 함.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에 대한 사과 거부 및 지식인 집단의 시국성명 깡그리 무시.
[준칙 4]혁명세력은 비판에 대해 공격으로 반응한다 혁명세력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다른 이들이 비판할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의문을 제기하는 누구든 무자비한 역공을 받을 것을 기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3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였던 존 케리가 "이라크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한 말을 두고 공화당측은 "전시에 군통수권자의 교체를 요구했다"며 그의 애국심을 문제삼았다.
[국내 사례] 촛불집회 유모차 부대까지 처벌,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 주도자 처벌, PD수첩 보도 제작자 징계 요구 및 검찰 수사 의뢰. 자신들이 더욱 이념적이면서 최근 경제위기까지 좌파 이념세력의 공세로 치부, 미네르바 구속, 간첩단 사건 조작, 정치검찰을 내세운 전 정권 핵심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압박, 국정원과 경찰 등을 통한 각종 시민단체 및 야당을 불온집단으로 규정하고, 기업 후원을 막는 등 압박.
[준칙 5]혁명세력의 목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마라 끊임없이 이유를 바꿔가며 철저히 감세정책을 밀고 나갔던 부시 행정부에 대해 생각해보라. 온건주의자들의 유화적 대처가 그들의 목적을 끝까지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라크 전쟁은 '부시 독트린'의 출발선일 뿐이었다. 결코 제한된 양보로 그들을 달랠 수 없다.
[국내 사례] 방송장악 과정에서 YTN 사장 낙하산 인사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KBS로, 이제 신문방송 겸영 통한 조중동 특혜 주기와 MBC민영화 시도까지 나아가고 있는 행태. 대운하를 4대강사업으로 프레임을 바꿔가며 22조까지 예산을 대폭 증액해 지속 추진.
물론 미국의 상황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어찌 보면 사실 현 정부는 부시행정부와 같은 '우파 혁명세력' 정도로 끝나는 정권이 아니다. 아예 시장원리를 깡그리 무시하며 기득권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정권이다. 현재 한국 국민 수준에서 가질 수 있는 최악의 저질 불량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불량정권 아래에서는 각 정부 부처들도 불량정부로 변한다. 기획재정부는 무리한 감세와 토건 예산 확대로 재정남용부가 됐고,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건사업 추진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국토파괴부 및 투기조장부가 됐다.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깎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데 앞장서는 노동부는 노동착취부로, 빈약한 기존 복지혜택마저 줄이는 보건복지부는 복지축소부로 변질됐다.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의 환경성 조사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키는 환경부는 환경파괴방치부로, 남북 경협보다는 대결과 교류 단절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통일부는 통일방해부로 전락했다. 다음 아고라까지 수시로 들여다보고 시민단체에 대한 기업후원까지 막는 국가정보원은 국내공작원으로, 공평무사한 민주적 법치체계를 정착시켜야 할 법무부는 권력을 위한 법질서만 수호하는 정권수호부를 자처하고 있다.
정부 부처 외에 산하 국책연구기관도 한심해지기는 마찬가지다. 기존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난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판단을 뒤집은 한국개발연구원은 개발정당화연구원으로, 방송 일자리 창출 통계를 왜곡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정보통계조작연구원이라는 간판을 달아야 할 판이다.
물론 이들 정부 부처와 국책연구원들의 정책실패와 정부 정책 정당화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현 정권 하의 정부 부처들은 각 부처가 지향해야 할 사명과는 노골적으로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 정도가 다르다. 하긴 불량정권 하의 '영혼 없는 관료'들이 뭘 하기를 바라겠는가.
더구나 여타 다른 상황도 미국에 비해 훨씬 더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거의 대다수가 민주당이나 무당파 성향으로 서민층 복지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반면, 한국의 엘리트들은 대부분 우익 성향에 자신들의 복지만을 열렬히 옹호한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제대로 된 신문들이고 저질 언론인 폭스뉴스 등은 주류라고 보기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거대 기득권 신문들이 가장 영향력 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현 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방송에까지 진출하려 하고 있다. 부시행정부 당시 미국에는 민주당이라는 매우 오래된 강력한 야당이 있었으나, 지금 한국에는 존재감과 정체성이 희미한 민주당과 소수 정당밖에 없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지금의 한국 정부는 부시 행정부보다 훨씬 더 엉터리여서 대중들이 그들의 진정한 속내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 더구나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조중동 등 주류 신문들의 거짓말이 들통 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반면 20, 30대 젊은 세대들을 주축으로 인터넷상의 집단지성을 통해 진실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