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짜리면 좋겠네. 음... 그 시간은 어려운데... 다시 한번만 알아봐줘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는 여성들. 밥을 먹은 뒤에는 일감을 찾기 위해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 "다 큰 딸도있는데... 이런 모습 나가면 결혼할 때 곤란해요. 얼굴은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오마이뉴스 권우성
SH공사, 우면2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건설 추진... 쫓겨나는 서민들1970년대부터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우면2지구는 오래 전부터 오갈 데 없는 서민들의 보금자리였다. 서울 강남 지역과 가까운 탓에 파출부 일거리가 많아 사람들이 몰렸고, 700여 가구까지 불어났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 판자·비닐 등을 이용해 집을 지었다.
이영자(54)씨는 지난 1989년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는 "먹고 살기 힘들고 갈 데가 없어서 이곳에 판자와 나무를 얻어다 집을 지었다"며 "15㎡도 안 되는 작은 집이었지만, 비바람을 피하면서 애를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은 지난 2005년 9월 정부가 이곳을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사업시행자인 SH공사는 2011년 12월까지 국민임대주택·장기전세주택(시프트) 2524세대를 포함해 모두 3137세대를 지을 예정이다. 보상과 관련, SH공사는 주택을 감정평가해 보상하고 전세자금 7천만원을 대출해주겠다고 밝혔다. 또한 임대주택 입주권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면2지구 주민들의 주택 보상가가 보통 300만~400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선이자만 350만원에 달했고, 임대주택·시프트 보증금은 주변시세의 60~70% 선에서 정해지는 탓에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결국 이씨를 비롯한 80여 가구는 SH공사의 보상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SH공사는 지난 7월 주민들에게 8월 10일까지 우면2지구에서 나가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법원에 SH공사의 강제철거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씨처럼 법원에 강제철거를 중지해달라고 요청하지 못한 가구가 10여 곳에 이르렀다. 이씨는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솔직히 '용산 참사'가 있었는데 설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강제철거를 하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이후 강제철거 없을 줄 알았는데... 없는 사람 죽이는 것" 하지만 SH공사는 지난 15일 오전 7시 30분께 포클레인과 용역 직원 100여 명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감행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용역 직원들이 철거 집행 중지 신청을 하지 않은 집을 찾아가 주민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한 다음 포클레인으로 집을 부쉈다. 이씨의 말을 들어보자.
"아들이 자고 있는데, 용역 직원이 쳐들어왔다. 다행히 집을 뭉개기 전 아들은 나왔지만, 지갑이나 통장 등 아무것도 못 가지고 나왔다. 용역 직원들이 방 안에 들어가 자루에 그릇이나 냉장고 속 음식을 담아 나왔지만 그릇이 다 깨지는 등 건진 게 거의 없다. 싱크대·냉장고·세탁기·장롱 등은 모두 부서졌다. 길바닥에 쏟아진 쌀로 밥을 해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