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오렌지"가 아니라 "어뢴쥐"라며? 이럴 수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펼치는 외교

등록 2009.09.25 10:46수정 2009.09.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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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이라고 하면 외교를 책임지고 한나라를 대표해 외국에 그 나라를 홍보하는 얼굴이다. 각 나라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교마찰이 일어나게 되면 그것을 원활하게 자국에 이익이 되도록 조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외교관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외교관을 파견한 나라를 해당국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만약 그런 사람 한 명을 외교관으로 파견했다면 실수라고 생각하고 고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 외교관이 영어 낙제 수준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오렌지'가 아니라' 어뢴쥐'라며 전국을 유치원생까지 영어광풍으로 몰아넣는 나라가 정작 영어가 필수인 자리는 엉뚱한 사람들이 차지한다. 그리고 그렇게 외국을 나갔다 온 사람들이 또 '어뢴쥐'라며 거들먹거린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홍정욱(한나라당) 의원이 23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어학능력검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어 회화시험(TOP)과 작문시험(TWP)을 치른 4급 이상 외교관 56명 가운데 19.6%인 11명이 낙제수준인 5급이나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외국인에게 의미전달 정도가 가능한 수준인 4급판정을 받은 외교관은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3급과 2급은 각각 14명, 1명이었다고 한다.더 충격적인 것은 가장 높은 등급인 1급을 받은 외교관은 단 한명도 없었다.

5급 이하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 영어 시험에서도 응시자 80명 가운데 45%인 36명이 5급이나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영어 이외에 제2외국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선 응시자 121명 가운데 19%가 5급과 등급외로 분류됐다.

코미디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외교관 선출의 기준은 무엇인가?

상황이 이렇다보면 외교관의 선출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국가의 언어를 모르는 것은 이해한다 쳐도 세계공용어인 영어조차 못하는 사람들을 한나라를 대표해 외국으로 파견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납득이 가질 않기 때문이다. 영어 교육의 기회를 잡기 힘든 못사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그렇게 하진 않을 듯 싶다.


비판을 하기 이전에 한숨부터 나오게 된다. 정말 한국엔 그렇게 인재가 없는 걸까? 가장 중요한 외교를 책임지는 사람들을 일반인들보다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로 채용해야만 하는 어떤 숨은 사정이 있는걸까?

국가안에서는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들까지 영어교육으로 몰아대 영어광풍에 휩싸이게 하면서 정작 영어가 필요한 외국에 나갈 땐 자랑스러운 한국말을 널리 알리겠다는 깊은 뜻의 정책일까?

영어가 정작 쓰여야 할 국가적인 외교에는 쓰이지 못하고 엄한 국민들만 들볶아 대는 듯해 기분이 영 좋지가 않다.

사회에서 언어란?

내가 직접 외국생활하면서 겪어본 느낌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일단 말을 잘하지 못하면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또는 얼마나 올바른 사람인지, 다 소용없게 된다. 쉽게 말하면 '못듣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과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되고 그 심정을 알게 된다. 국내에서 아무리 박사자격이 있더라도 외국 나가 말을 못하면 어린아이만도 못한 사회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궂이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우리나라를 대표해 외교를 하라고 내보내는 것일까? 이런 경우 안봐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어디를 가도 비서를 대동해 뒤에 폼 잡고 있는 형국을 연출하면 되는 것이다. 직접 말하겠다고 몇 개 얻어들은' 어뢴쥐'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하면 무식한 티가 펄펄 나게 되는것이다. 결국, 그 나라 실상과는 담을 쌓을 수밖에 없게된다. 비서가 없으면 바로 고립되거나 바보취급 당하는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사람들을 사귀고 어떤 외교를 펼쳐나갈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비 상식적인 파벌위주 관행의 결과?

외교관으로 어떻게 선출되는지 어떤 자격심사를 거치고 추천받는지 그 내막을 국민들이 알 수는 없으나 위에 드러난 상황만으로도 주먹구구식으로 외교관 채용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관행상 내 식구 챙기기로 올라가는 자리에 돌아가며 외교관 한 번씩 껴주는 게 아닐까? 어떻게 달리 이해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과연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경제지수만 올라가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비상식적인 관행이 계속 되는 한 손가락질 당하는 꼴불견 졸부 취급밖에는 당할 게 없다. 한 나라의 외교관들이 전세계 기본언어로 사용되는 영어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나라가 제대로 운영되는 나라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한 두명이 그렇게 자격미달이라면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그렇다보니 어이가 없어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게 엉터리로 외국물 먹고 와서 오렌지라 말하면 무식하다고 국민들 비웃으며 "어륀쥐"라고 고상한 척할 사람들을 또 생각해본다. 제대로 꼴불견인 것 맞고 한숨만 나오게 되는 나라 운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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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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