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은 지역 독거노인 120여 분을 모시고 한가위 잔치를 벌였다.
이대암
우양은 1999년부터 '돈안내는쌀가게'를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쌀과 정서지원을 제공해온 재단이다. 단순히 쌀을 제공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담당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과 가족 같은 결연을 맺는다. 이 외에도 우양에서는 독거노인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게 하는 '스스로 도움망' 및 노인들에게 무료로 이발·식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네가게 도움망', '노인우울증예방교육', '임종준비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독거노인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잔치에 참석한 노인 분들은 동별로 모여앉아 뷔페식사로 푸짐하게 점심을 드셨다. 자원봉사자들이 눈높이를 맞추고 식사를 도와드리는 다정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식사 후 열린 창 공연 시엔 흥이 올라 자원봉사자와 함께 더덩실 춤을 추는 분도 있었고, 마술사의 마술공연과 끊임없는 재담엔 모처럼 큰 웃음들을 터트리셨다. 이어진 동 별 노래자랑에는 열 분이 넘게나와 각자 한 가락씩을 뽑았다. 음정과 박자 모두 엇나가는 분들이 다수였지만 노인 분들의 박수와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사실 거동이 불편하고 먼 외출도 드문 독거노인 분들을 잔치자리로 모시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서례미 자원봉사자는 "(노인들이) 불편해하셔도 애써 모시고 온다. 단 몇 시간이지만 이럴 때라도 같이 박수치고 웃으실 수 있다"며 이런 잔치가 노인 분들에게 "사회에서 소외받지 않았단 느낌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참석한 독거노인 몇 분에게 추석계획과 추석소망을 물으니 다들 얼굴이 어두워지셨다. 홀로 보내셔야 할 추석의 계획·소망을 묻는 것 자체가 실례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의 추석잔치에 대해 물을 땐 얼굴이 마냥 밝아지셨다. 함경남도가 고향인 류제민 할머니는 "우양 아니면 누가 늙어빠진 노인들이랑 놀아주냐. (집에선) 막상 대화할 사람도 없는데 (잔치가) 편안하고 좋다"고, 경기도 동두천이 고향인 김형준 할머니는 "살 맛 난다. 추석이 덜 외롭겠다"고 말하며 웃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