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르면 바른생활 시간에 사회와 도덕 공부를 하기 위해 바른생활과 슬기로운 생활 교과서를 펴놓고 단원과 내용에 따라 왔다갔다 공부를 해야 합니다. 교과서 내용이 통합되어있어 단원별로 따로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사도 아이들도 매우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신은희
즐거운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단원안에 체육, 음악, 미술관련 활동이 다 들어있지만 시간도 다르고 딱히 분리가 되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절대 못하게 하고 음악, 미술 시간만 분리를 해서 하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책을 만들 때 체육 관련 부분만 빼고 만든다는 것일까요?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교과서 연구 토론회에는 즐거운 생활을 개발한 교수까지 나갔는데도 이런 내용이 나왔다니 더욱 믿어지지 않습니다.
원래 즐거운 생활 통합교과가 만들어진 건 아이들의 놀이와 활동 속에서 여러 관련 요소를 같이 통합해서 활동하는 것이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놀이와 노래가 같이 통합발달해온 우리 민족의 전통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수업 과정에서 많이 느낍니다.
그런데 연구진은 어떤 이론적 근거도 없이 체육을 떼어놓았습니다. 체육은 교실에서 할 것이 아니니 교과서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이 여러 학년 공통으로 쓴다고 합니다. 언제 체육을 생각하는 것일까요? 1, 2 학년은 발달단계상 유연성, 정확성 등을 따지는 체육영역의 학습이 아니라 많이 움직이고 느끼고 보고 노는 과정에서 온몸의 감각이 눈뜨고 자라나는 것을 모르는가 봅니다. 그리고 체육교육과정에서 운동기능보다는 글쓰기도 하고 표현활동까지 하는 것도 잘 모르는가 봅니다.
이렇게 해 놓고도 교과서는 안 만들고 교사가 알아서 해라? 연구진이 해야 할 일을 왜 교사 아니 아이들에게 미루는 것일까요? 아이들에게 국가가 능력이 없어 교과서를 못 만들어주니 이름하고 내용하고 다른 교과서로 공부하고 혼동을 주는 것일까요? 그것도 초등학교에 갓 들어온 아이들에게 이렇게 혼란을 주고 무슨 창의성과 역량을 기른다고 할까요? 아니 이게 국가교육과정이 맞는 것일까요?
수업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아게다가 1, 2학년 아이들에게 이건 수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바른 생활 시간인데 바른생활 교과서하고는 맞지 않고, 즐거운 생활 시간인데 이것저것 빼서 수업을 한다? 아마 아이들이 왜 그러냐고 수 십번 물을 겁니다. 특히 1학년 아이들은 같은 말을 아이들 숫자대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주제통합으로 여러 활동을 하더라도 교과서를 펴서 확인하거나 써주지 않으면 집에 가서 공부 안 했다고 하는 단계입니다.
7차 교과서에서 교육과정 재구성하고 교과서대로 안 나간다고 교과서 앞에 작게 써놓았지만, 학부모들이 공부를 안 시킨다는 비난에 요즘 선생님들은 교과서 칸을 다 채워야 한다는 강박감이 든다고 합니다. 일제고사로 자율성도 다 사라져갑니다.
곤혹스럽기는 학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표를 보면서 무슨 교과서를 챙겨줘야 할지 고민하게 생겼습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통합교과까지 시험보는 학교들도 있는데 시험공부는 어떻게 챙겨줘야 할까요?
겉으로는 10개 교과, 속으로는 17개 교과 교과부와 연구진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할까요? 그건 그동안 중등 통합교과가 이런 식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초등도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7차교육과정에서 교과수가 너무 많다고 무리하게 10개 교과를 만들어 기술․가정, 일반사회 과목이 새로 생겼습니다. 하지만 교과내용은 제대로 건드리지 못해 기술․가정은 단원별로 기술과 가정을 늘어놓아 큰 학교에서 기술 내용은 기술 선생님이, 가정 내용은 가정선생님이 합니다. 일반사회과목도 역사, 지리, 일반사회 내용을 단원별로 늘어놓아 한지붕 세가족이라고도 불렸습니다.
과목간 배분비율도 정확합니다. 그래서 교과서는 하나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부담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한 교과에 여러 과목 내용이 섞여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한 교과 시험준비라도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공부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겉과 속이 다른 통합교과입니다. 이 때문에 교과수가 10개로 줄었다지만 학생들 부담은 별로 줄지 않았다고 현장에서 아우성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려면 차라리 교과는 그대로 두더라도 교과서라도 과목별로 따로 만들어 수업시간에 학생들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고 애원할 정도입니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등학문중심 교과를 그대로 압축해 만들어 과학을 보면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이 정확하게 1/4씩 들어있고, 사회도 그렇습니다. 2007개정교육과정은 이나마도 교과 분과별로 나누어 학생들 발달단계에 맞지 않다고 교사들 걱정이 많습니다. 교과부가 정말로 학생들 학습부담을 줄이고 통합적인 학습이 가능하려면 대학에서부터 통합과정을 만들고 교과교육과정도 제대로 통합을 했어야 합니다.
집중이수제는 숫자놀음일 뿐 학습부담은 더 늘어 이번에 교과부가 집중 홍보하는 집중이수제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교과부는 7개 교과군제도로 학교간 특색을 살리고 학기당 이수과목수를 줄여준다고 합니다. 아마 시간표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교과교육과정도 안 합친 상태에서 학교에서 알아서 시간을 배분하라니 입시교과에 밀려 시간수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소수교과들은 얼렁뚱땅 수업하라는 것입니다.
교과교육과정이 줄어든 것도 아니니 학생들은 줄어든 시간에 충분히 학습하지도 못하고 압축된 내용을 배우니 이건 학생 입장에서나 교과입장에서나 손해인 셈입니다. 시수가 많은 교과는 교과대로 진도가 빨라 학생들이 가정학습이나 사교육을 통해 공부해야 합니다. 학습부담이 많은 것은 입시교육과 교과교육과정 내용 구성에서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교과군으로 묶어 마치 교과수가 줄어드는 것 같은 착시효과에 진짜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 셈입니다.
1, 2 학년 교육과정부터 제대로 설계하자정답은 하나입니다. 무리하게 교육과정을 바꾸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현실부터 제대로 연구하고 하나씩 올바른 대안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공교육의 시작 단계이고 모든 학습의 기초가 형성되는 단계이므로 다른 어떤 시기보다 더 많은 연구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한글교육도 공교육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교과부에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담당하는 부서도 없고 담당자도 계속 바뀝니다. 2007개정교육과정에서 초등은 현장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교과서도 안만들고 가르쳐라, 내용은 없는데 6교시로 늘린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실험대상이 아닙니다. 2년만에 교육과정을 바꾸고 제대로 된 설계도도 없이 시행을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또 세계 교육의 흐름이 유초등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도 맞지 않습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진정 미래에 맞는 교육과정이 되려면 1, 2학년 교육과정부터 제대로 설계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교육과정은 번드르한 말보다 현장에 맞고 미래를 주도할 수 있게 제대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진짜 현장에 맞는 교육과정이 되려면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천리길도 한걸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나하나 제대로 연구하고 설계해야 아이들이 피해도 막고 교육의 효과도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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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사정은 봐줘도 학생들은 책임 못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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