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에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 막둥이 섬에 쇠기둥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올레 코스를 내고 가꾸고 지키는 일에 파묻혀 사느라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던 중, 얼마전 인터넷신문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한림과 비양도 사이에 아시아 최대의 케이블카를 놓는다'는 뉴스였다. 화들짝 놀라서 관련 뉴스를 검색했더니, 상세한 용역 결과와 조감도까지 떡하니 나와 있었다.
상세 계획과 조감도를 들여다보니 더욱 기가 막혔다. 한림항과 비양도, 양쪽에 높이 57미터에 이르는 철탑을 세운 뒤, 총연장 1952미터의 케이블카선을 구축할 계획이란다.
57미터나 되는, 그것도 나무도 돌도 시멘트도 아닌 철 구조물이 그림 같은 바닷가에 들어선다는 이야기 아닌가! 제주시의 50층 고층빌딩, 서귀포 예래동 휴양단지의 66층 복합휴양 건물이 들어선다는 뉴스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일순 조정래 선생님(<태백산맥>의 저자)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평소 제주에 애정이 많았던 조선생님은 올레길을 몇 번 걷고 난 뒤 아예 말년을 제주에서 보낼까 생각중이었다. 그러나 올레 개장 행사 직후 식사 자리에서 제주에 고층빌딩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벌컥 화를 내셨다. "그런 일 벌어지면 제주도 안 내려올 거야! 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들을 하는 거야! 제주는 한라산이 최고의 상징물인인데, 섬 어디에서도 한라산이 가려지면 안되잖아! 그건 제주가 아니라구!"
아, 그런 조선생이 제주에서 가장 물빛이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천여년 전에 화산폭발이 일어난 '한반도의 막둥이섬' 비양도 사이에 57미터짜리 철 구조물이 세워진다는 걸 아신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어디 조선생님뿐이랴. 나를 처음 비양도로 이끌었던 섬세한 감수성의 '제주 시인' 영선이는 또 얼마나 가슴아파할 것인가. 비양도에 하룻밤 머물던 날, 우리는 바다 건너 한라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던 노을에 넋을 놓지 않았던가. 케이블카가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이젠 한라산 대신 케이블카를 배경으로 노을이 질 터인데.
깃발은 그린 투어리즘, 현실은 건설 투어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