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를 끝낸 자리에는 백로가 벼 이삭을 쪼아 먹으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조정숙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화도는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찾아가는 곳이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들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조용히 생각하며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면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분신처럼 따라 다니는 카메라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여름 내내 뜨겁게 달구었던 대지를 선선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어느새 풍성한 가을이 옵니다. 들판의 넉넉함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사의 모든 잡념들을 잊게 해줍니다.
인심 좋은 농부는 새들이 날아와 맘껏 쪼아 먹을 수 있도록 많은 수수를 논두렁에 심었습니다. 새들이 먹고 남은 것들을 수확 합니다. 그래도 농부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농부의 넉넉한 마음을 알아차린 듯 고마운 마음에 백로는 벼를 베고 난 자리에 떨어진 이삭만을 부지런히 쪼아 먹습니다. 그렇게 가을은 사람과 자연 모두의 마음을 여유롭게 합니다.
강화도에는 인삼으로도 유명하지만 순무가 있고 맛좋은 속노란 고구마도 있습니다. 호박고구마라고도 하지요. 언젠가 강화도 여행 중 우연히 길거리에서 고구마를 사다가 먹어본 이후로 강화도 여행을 갈라치면 잊지 않고 고구마를 사가지고 옵니다. 이맘때쯤 수확을 할 텐데 하는 생각에 고구마 밭을 찾아 두리번 거려봅니다. 저만큼 고구마 수확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