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원인이 발견된 롱구포 일대에서는 유인원, 판다, 말 등의 조각, 다듬은 듯한 석기가 다수 발굴됐다.
모종혁
1985년 중국 최고(最古)의 인류화석이 발견되다강은 인류 문명을 발육시킨 요람이다. 오랫동안 중국 문명은 황허(黃河) 유역에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속속 드러나는 새로운 발굴 성과에 의해 이런 도그마는 깨지고 있다.
양쯔강(長江) 상류에서는 중국 최초의 구석기문화가 발견됐다. 내몽골 및 랴오닝(遼寧)성, 양쯔강 하류에서는 황허문명보다 수천 년 앞선 신석기문화가 서서히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발굴 성과는 중국의 황허문명설이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양쯔강 상류 싼샤(三峽) 일대는 한족과 다른 이민족의 땅이었다. 오랫동안 이 지역은 황허유역과 다른 고인류가 태동한 곳으로 추측됐다. 1920~30년대 미국 자연사박물관 발굴단은 여러 차례에 걸쳐 싼샤를 탐험한 끝에 베이징원인과 유사한 고인류가 이 지역에서 활동했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그들은 확실한 인류화석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1963년 산시(陝西)성 란텐(藍田)현에서는 베이징원인보다 훨씬 앞선 화석인류가 발굴됐다. 바로 '란텐원인'(藍田原人)이다. 황허 중류에서 고인류 화석이 발굴된 사실은 중국인에게 황허 기원론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해주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85년 10월 13일 충칭(重慶)시 우산(巫山)현 먀오위(廟宇)진의 한 협곡. 중국의 고고인류학자인 황완포(黃萬波) 중국과학원 교수는 갓 발굴된 유물들 앞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류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가 달린 아래턱 화석과 가공한 흔적이 뚜렷한 동물의 뼛조각. 이른바 '우산원인'(巫山原人, Home Erectus Wushanensis)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산원인은 탄소측정결과 기원전 200만 년 전으로, 중국 최고(最古)의 인류화석이었다.
황 교수가 이끄는 발굴단은 중국과학원과 충칭자연박물관으로 구성됐다. 발굴단은 롱구포(龍骨坡) 일대에서 유인원과 뚜렷이 구별되는 위턱 및 두개골 화석과 유인원·판다·말 등의 조각, 인공으로 다듬은 석기도 다수 발굴했다.
구석기 시기 싼샤 일대는 히말라야 조산운동에 따라 지질구조가 변화하여 인류가 살기 좋은 환경이었다. 우산원인은 직립 인류의 원형을 잘 보여주는데다 포유동물을 사냥해 생존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