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 보기 좋은 박. 매년 이맘때가 제철이다.
김종은
박은 구하기 힘들고 또 다루기도 쉽지 않은 탓에 요즘 사람들에겐 좀 생소한 음식이 됐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에게 박은 매우 소중한 음식이었다. 실제로 우리 모두는 초가 지붕 위에 주렁주렁 달린 흥부네 박을 기억하지 않는가. 박은 봄에 심어 여름, 가을에 수확하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껍질이 딱딱해져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선조들은 박을 먹지 않고 놔두었다가 그릇을 만들어 썼다. 요즘 TV에서 머리로 바가지를 깨트리는 게임을 많이 하는데, 어쩌면 요즘 아이들에겐 박보다도 바가지가 더 친숙하지 않을까 싶다.
박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크게는 손질해서 바로 볶거나 국에 넣어 먹는 방법과 가을 겨울 말려두었다가 박고지로 먹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고지'는 호박이나 가지 등 각종 야채를 얇게 썰어 말린 식품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박고지는 '박오가리'라고도 하는데, 임금님 수라상에 빠지지 않았던 음식으로, 열아홉가지 궁중 탕요리 중에 박고지가 들어가지 않는 요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은 국물맛을 내는 데 아주 탁월하다. 가끔 무가 아닌 박이 들어간, 제대로된 낙지 연포탕을 먹을 기회가 있는데, 그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맛이 아주 일품이다.
우리 집은 박을 썰어 바로 요리해 먹는 편이다. 덩그러니 놓여진 큰 박을 보면 저걸 어떻게 요리해 먹나 싶기도 있지만, 손질법은 의외로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