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료보험개혁 연설
뉴욕타임스화면캡처
미국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고 이에 맞서 북한이 대화와 핵 능력 강화를 병행한다고 할 때 미북간의 협상이 열려도 통 큰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너무 많은 장애물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큽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 해결했듯이, 문제가 얽히고 설켰을 때 그 매듭을 일거에 잘라낼 수 있는 해법은 바로 지도자들의 결단을 통한 통큰 거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9년 전 '통 큰 거래'가 이루어질 뻔 했습니다. 2000년 5월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주석과 회담했습니다. 그리고 한달 뒤,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그 다음 달 7월에는 열차편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정지작업은 끝났고 2000년 11월 클린턴-김정일 정상회담이 예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큰 판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뒷날,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나에게 임기가 1년만 더 있었더라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올해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와 관련해 "나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이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적국과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적국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레이건 대통령 때는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끊임없이 대화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생 오바마의 꿈과 40년 전 DJ가 '4대국 보장론'이 현실화될 기회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생각이 변치 않았다면 9년 전 성사 될 뻔 했던 클린턴-김정일 정상회담을 부활시켜 오바마-김정일 정상회담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달 전 뉴욕타임즈 인터넷 판을 보니 일면 톱 기사에 '핵없는 세계'라는 제목으로 한 대학생의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그것은 이십 몇 년 전 콜롬비아 대학에 다니던 대학생 오바마가 학교 신문에 기고한 글이었습니다. 취임 후 오바마 대통령이 내건 '핵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이 캠페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 대학 시절부터 꿈꾸어온 그의 비전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오바마가 대학생 시절 꿈꾸었던 이상을 대통령이 되어 펼치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는 40년 전 DJ가 제시하고 당시 저를 포함한 청년들이 꿈꾸었던 4대국 보장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구상이 아직도 우리의 손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한국인들은 냉전의 중독증에 걸려 살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악취 속에 오래 노출되어 있다 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듯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비정상과 부자연스러움 속에 살아왔습니다. 우리나라만 빼고 세계 모든 나라가 냉전의 옷을 벗어 버리고 탈냉전의 시대로 질주한 지 벌써 20년이 되어 갑니다.
역사는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지 못한 민족을 처벌한다고 합니다. 제가 몸으로 느끼기에 우리 민족 앞에 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일찍이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그의 자서전에서 "우리 눈 앞에 역사의 기회의 문이 조금 열렸다.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문 안으로 뛰어 들었다"고 썼습니다. 우리에게 역사의 문 건너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탈냉전과 새로운 평화와 기회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역사는 창조적 상상력이 만들어낸다고 저는 믿습니다. "상상하라. 그리고 돌파하라." 이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19일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무슨 애기를 나누었을까요? 저는 상상해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청했을 것이고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로 얘기했을 것입니다. 오바마는 이따금 질문을 던졌겠지요.
두 사람의 관심사는 아마도 김정일이라는 인물과 그의 생각에 집중되었을 것입니다. 오바마는 김정일이 과연 핵을 포기할 것인가의 의도와 진정성에 관해 질문했을 것입니다. 클린턴은 아마도 "일 년만 더 임기가 있었더라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오래된 아쉬움 속에서 자신이 못다 했던 일을 후배인 오바마가 해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클린턴의 얘기를 들은 오바마의 심중과 판단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아직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클린턴 "일 년만 더 임기가 있었더라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