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통신비 인하를 얘기했다. 통신요금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외국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조금 곤란하지 않느냐. 사실 IT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자본형성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고흥길 위원장은 이어 "통신요금을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게 아니라 통신을 많이 쓰는 사람은 누진적으로 많이 내게 하고, 조금 쓰는 서민들은 깎아주는 역진적인 정책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습니다.
고 위원장은 특히 통신 이용 문화의 개선을 주문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전철에서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문제가 있다. 그렇게 해서 통신을 많이 쓰는 것에 대해서는 요금을 더 비싸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쓸데없이 부인들이 운전을 하면서도 이동통신 전화를 쓰고, 집에서도 2시간 30분씩 전화를 하고, 그것도 핸드폰으로 하고, 이런 생활 관습부터 고쳐야 한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 문제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타깃이 아이들과 여성들로 옮겨가는 것을 보며 의아했습니다.
아이들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니까, 요금을 더 비싸게 물어야 한다니요.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면 아이들의 이동통신 요금을 더 낮춰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정영기 홍익대 교수는 "청소년들의 과소비가 문제라는 것은 결국 (이동통신사업자가) 코 흘리게 돈을 받아서 지난 8년간 14조, 연평균 1조7000억 원 가량의 초과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고흥길 위원장은 정영기 교수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 같군요.
무엇보다 '쓸데없이 부인들이 운전을 하면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관습을 고쳐야 한다'는 발언은 또 무엇입니까. 여성 운전자를 향해 "밥(설거지, 빨래 등)은 해 놓고 나왔느냐" 등 욕설을 쏟아내는 일부 남성 운전자들의 패권적이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사고와 무엇이 다를까요?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시민단체의 한 간부는 "특수한 경우 (통신비용) 낭비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아끼고 아껴서 사용해도 통신비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불만이 많은 것"이라며 "문제는 현재 이동통신 요금이 적정한가인데, 통신을 많이 썼으니 더 내라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 간부는 "이명박 정부는 게임 강국을 만들자고 하더니, 이젠 아이들이 게임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여성에 대한 편견이 깊숙이 깔려있는 고흥길 위원장부터 핸드폰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대선용으로 '통신비 20% 인하'를 내놓은 이명박 대통령,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손을 놓고 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그리고 고흥길 위원장의 기막힌 시각을 보면서, 이동통신사들이 무엇을 믿고 요금 인하 여론에 대해 '배 째라'식으로 버틸 수 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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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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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부인들이 운전하면서 전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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