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의 표지 모습.
윤평호
"그들은 모든 직업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는 도덕성에 더 중점을 둔다... 정신적인 도덕성이 결핍된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천부적으로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덕망의 부족을 메울 수가 없으며 그런 사람들에게 공직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덕을 갖춘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부정 행위를 하는 데 뛰어난 사람이 저지르는 행위보다 그 해로움이 적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걸리버 여행기', 69p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문예출판사) 가운데 '소인국 여행기'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소인국의 나라 '릴리푸트'의 공직 인선 잣대에 따르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위장전입 등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 공직자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능력보다 도덕성이 기본이다.
한국과는 다른 풍토이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능력 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릴리푸트의 훌륭한 전통도 시간의 흐름 속에 타락했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들렀을 때는 공직자 선출의 기준이 능력도 아니요, 도덕성도 아니요, 단지 '줄타기 실력'이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이나 문제와 상관없이 장관에 임명될 그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공직자 선출 기준도 '줄타기 실력'이 아닐까?
"황제의 신임을 상실하여 공석이 되면 그 자리를 원하는 사람들 대여섯 명이 줄타기를 하여 황제와 고관대작들을 즐겁게 해주겠다고 청원을 내고 이때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제일 높이 뛰는 사람이 그 자리를 계승하게 된다. 심지어는 현재의 고관대작들도 자기 재주를 보여주어서 황제에게 그들의 재주가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일도 빈번하게 있다." -'걸리버 여행기', 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