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이 지척인데박작성 아래 유람선 타는 곳 수양버들 아래에는 북녘땅이 정말 가깝다는 뜻으로 '咫尺'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놓여져 있다. 이곳을 찾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유람선을 타도록 유도하기 위해 장삿속으로 세운 듯.
정만진
대련을 떠나 단동을 31km 앞둔 지점, 압록강이 눈앞에 보이는 박작성(泊灼城)으로 달려가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국경선 가까이에 닿으면 '咫尺' 두 글자가 붉은 글씨로 암각 된 바위를 만나게 된다. 수양버들 가지가 휘영청 늘어진 바로 아래에 놓인 그 바위를 보는 순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두 글자가 붉게 새겨져 있는 까닭을 단숨에 알아채게 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수양버들 아래와 북한땅이 지척지간이라는 말이구나! 남북 분단의 한반도 금수강산은 서해와 동해를 잇는 휴전선을 가로질러야 오갈 수 있으니 지도상으로는 닿아 있어도 실제로는 서로 아득한 천리 먼 곳일 뿐이지만, 이곳은 비록 중국과 북한의 경계이기는 해도 손만 뻗치면 그대로 철조망에 찔려 짜르르 피가 솟을 만큼 가까이 붙어 있는 곳이구나! '咫尺' 두 붉은 글자만큼이나 보는 이의 가슴을 붉게 물들이는 북녘땅 우리 산하가 바로 눈앞에 저렇게 버티고 있구나!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咫尺' 두 글자가 저렇듯 붉게 바위에 새겨져 있구나.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박작성을 찾아와 '咫尺' 바위 곁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이들이 모두 대한민국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사진을 찍는 대신 내심으로 "박작성은 무슨! 호산장성(虎山長城)이라 불러야지" 하고 다짐하는 대다수 관광객들은 틀림없이 한족들일 텐데, 북한땅이 지척지간이라는 것이 그들에게야 무슨 감회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咫尺' 두 글자는 대한민국 관광객들의 마음을 건드려 유람선을 타게 하려는 장삿속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이 버드나무 아래에서 마냥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저 몇 걸음 폭밖에 안 되는 도랑 안을 돌아다니는 유람선을 타고 좀 더 북녘땅 가까이 다가가 보라는 유혹일뿐! 글씨가 붉은 것은 그저 중국인들이 그 색깔을 좋아해서 어디든 적색으로 글자를 써댄 결과일 뿐, 분단을 살아가는 우리네 한민족의 피같이 붉은 심정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