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탐구생활>의 김기호 작가
최은경
- 정형돈씨 곧 새 신랑 되시는데….
김지수/김기호: "하하하 공개사과라도 해야 하나."
- 내레이션도 백미다.김기호: "어떻게 보여줘야 재미있을까 고민스러웠다. 드라마 식으로 하면 이 재미를 100% 못 살릴 거 같고. 회의 도중 <동물의 왕국> 얘기가 나왔다. 거기 내레이션 들어보면 '암사자와 숫사자가 갑니다, 짝짓기를 하네요' 이런다."
김지수: "감정을 많이 빼고. 제외하고."
김기호: 남자 여자 생활을 옆에 있는 친구가 말하는 게 아니라, 제 3자가 감정을 빼고 <동물의 왕국>처럼 설명해주면 웃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 또 순간순간 재치 있는 귀여운(?) 욕설로 더 웃음이 터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케이블이라, 표현의 자유가 좀 더 보장되는 건가. 반대 급부로 그래서 비판도 있겠지만.김기호: "필요 없는 장면에서 되지도 않는 욕을 막 해대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 부분에 요 정도는 허락되지 않을까 하는 게 있다. 무턱대고 남발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정말 필요한 부분에, 즐거워할 만한 정도의 '과격한' 표현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까 싶다."
- 가장 반응 좋았고 재미있던 에피소드는? 김지수: "화장실, 쇼핑 목욕탕. 초반 아이템들이 좋았던 것 같다."
김기호: "초반에 남자는 들어갈 수 없는 곳, 여자는 들어갈 수 없는 곳, 이렇게 서로 전혀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것들을 콕콕 집어주니 더 흥미로웠던 거 같다. 충격적이면서도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으니까. 근데 이제 그런 부분이 줄어드니까 점점 두려워진다. 이제 어떻게 아이템을 잡아야 하나 고민스럽다."
김지수: "제일 공감됐다고 하는 부분은 쇼핑. 여자들이 되게 알뜰 살림을 하면서도 정말 진-짜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이거 안 비싼데?' 하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부분이 다 똑같다, 얘기를 하다 보면. 그 부분이 많이 공감을 사지 않았나 싶다."
과장, 성 고정관념 비판도... "과장 줄이고 공감대 살려 나갈 것"
- 재미있지만 과장된 면도 있는 것 같다. 극단적인 모습만 담은 것 같기도 하고. 예를 들어, 나도 여자지만 라면 하나를 그렇게 부산스럽게 끓여먹지는 않는다.김지수: "(반응이) 그렇게 끓여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는데, 우리 막내 작가가 그렇게 끓여 먹는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다이어트에 대한 심적인 부담이 있지 않나. 늘 안고 사는 숙제다.
거기서 포인트는 라면이 되게 먹고 싶은데 그렇게 신경을 써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내 몸에 미안하고 죄책감이 드는 심리를 약간 덧붙여서 이야기한 거다. 근데 그게 과정이 여러 개가 들어가고 하다 보니, 사람들이 '난 그렇게 안 끓여 먹는데?' 하게 되더라. 너무 과장을 하면 사람들이 공감 못하는구나, 조심해야겠다 생각했다."
김기호: "'화장실'의 경우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나뉘는 부분이고 안 씻는 사람이 있는 반면, 씻는 사람도 많고. '이런 사람이 어딨냐!' 그러면 '난 그러는데, 미안해요' 상처를 받는다.(웃음)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인가? 걱정도 했고, 라면 같은 경우에도 '저렇게 더럽게 누가 끓여먹냐'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먹는다. 친구들하고 삼겹살까지 넣어본 적도 있고, 맛있다 그렇게 하면. 요즘 젊으신 분들이 가꾸는 거에 관심이 많은 반면, 내가 30대 중반이다 보니, 주위 분들이나 내 사례를 반영하게 되기 때문에 공감이 안 가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그런 부분들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 성에 따른 고정관념 생산 등의 지적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김기호: "제일 저희들이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여성부에서 만들었냐', 남성 비하를 위해. 보면 여자 작가들이 쓴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 약간 과장이 있을 뿐이지…."
김지수: "여자는 다 그래, 남자는 다 그래가 아니라, 여자들 중에 이런 사람도 있고 남자들 중에 이런 사람도 있어, 이렇게. 또 남자랑 여자는 이렇게 달라 이런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김기호: "시작부터가 '남자는 다 이래, 여자는 다 이래' 이런 게 절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세상이 재미도 없다. 남자분들도 깔끔한 분들 계시지만 저런 애도 주변에 있을 거라는 거다. 친구들 중에 저런 애는 있어 아니면 몰라도 어? 저런 남자도 있네? 저 자식 좀 남자 망신 좀 시키지 말지, 좀 깨끗하게 좀 하지 하고 마음 넓게 넘어가주시면 안 될지. 남자들도 다 그렇다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런 쪽에선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 남자들 싸잡아서 망신 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코너를 만들 때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약간의 극단적인 남자, 약간은 극단적인 여자, 하지만 공감대는 살려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 또 데이트 비용 문제 건드리는 거나, 여자들이 외모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 등이 어떻게 보면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소리도 나올 법한 것 같다. 약간 아슬아슬, 논쟁이 될 만한 것 같은 부분도 있는데.김지수: "지금까지 아이템 자체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앞으로 나올 내용에선 그런 부분들은 많이 배제할 예정이고. 사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는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 부분이 재미와 공감이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기호 선배랑 타면 이제 1층에서 타자마자 (느리다고) 왜 문이 안 열리냐고 빨리 열리라고 하고 있고, 저는 거울 보고 있는 식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여자들은 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된장녀? 이런 의도는 아니었다. '여자들은 외모에만 집착해, 공주병이야'라고 했던 건 아닌데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하다."
'솔직함'은 그대로, 더 재미있게, 더 신선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