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바라본 심우장 전경
이승철
지하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우선 옛 기억을 더듬어 오른편 언덕길로 올라가 보았다. 그러나 기억 속의 거리나 골목은 가물가물 하기만 할 뿐, 도무지 어림할 수도 없었다. 골목길 몇 곳을 더듬다가 내려오고 말았다.
다시 종점으로 내려와 옛 친구의 추억 대신 성북동에 숨겨져 있는 보물 몇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근처에서 만난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심우장과 수연산방을 물었다. 아주머니는 종점 근처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심우장이요? 그게 뭐하는 곳인데요, 중국요리집인가요? 잘 모르겠는데요, 수연산방? 그런 곳이 있었나요?"아니 이럴 수가? 성북동에 살고 있으면서 심우장도 모르다니, 한용운의 심우장이나 이태준의 수연산방은 성북동이 자랑하는 보물들이 아니었더란 말인가? 그런데 활달한 성격에 지성미까지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길을 잘못 물은 것이다.
우선 실망이 컸다. 그 유명한 심우장을 성북동에 10년 넘게 살고 있으면서 모르다니. 그러나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야 바로 옆에 있다 한들 알 턱이 없는 것 아니던가, 규모가 큰 저택이나 빌딩도 아니니, 그러고 보면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십여 년 전 친구가 이 동네에 살고 있어 자주 왔었지만 그때는 별 관심이 없어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마침 버스에서 내린 다른 젊은 아주머니에게 묻자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안내판이 보인다고 한다. 오른편 골목 언덕길로 한참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심우장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