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진중권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진중권교수 재임용과 학생처벌시도 규탄을 위한 비대위' 주최로 마련된 특별강연에서 '마지막 수업-화가의 자화상'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유성호
그의 인기를 보여주듯, 강의실은 순식간에 꽉 찼다. 복도에도 걸터앉고 보조의자까지 동원됐다. 그래도 자리가 모자랐다. 앉기를 포기하고 뒤에서 서서 보는 학생들도 많았다.
진씨는 평소 수업 때 학생들을 살갑게 대하는 다정다감한 선생님은 아니었다고 재학생들은 말했다.
평소 수업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원래 '까칠한' 그의 성격 때문일까? '석별의 정'을 나누는 마지막 수업임에도, 감정적이거나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단지 평소와 같이 특유의 '달변'만으로 학생들을 몰입시키는 모습이었다. 진씨의 날카로운 언변과 학생들의 또렷한 눈망울만 이글거리는, 평상시 수업 광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장면이 쭉 이어졌다.
진씨는 다음과 같은 말로 포문을 열었다.
"학생들한테 굉장히 미안했습니다. 지난 학기 멋없게 헤어졌는데, 학점 때문에….(웃음) 오늘 강연은 학점과 관련 없기 때문에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본격적인 '마지막 수업'에 들어간 진씨는 '자화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통해 위대했던 작가들의 삶의 애환과 철학 이야기를 학생들 앞에 풀어놨다.
"내가 보는 내가 나일까요, 남이 보는 내가 나일까요?"진씨가 '자화상' 이야기를 주제로 잡으며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내가 객관적일까, 사람들이 보는 내가 객관적일까,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한번 여러분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우리는 타인과 주변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 사람들에 의해 내 견해를 바꿀 때, 즉 나 자신보다 남들이 생각하는 삶에 내 삶을 끼워 맞추는 상황이 많습니다. 이 속에서 과연 내가 가진 자화상은 무엇일까요? 내가 보는 나일까요 남이 보는 나일까요? 여러분께 이 물음을 던지기 위해 오늘의 주제를 택했습니다."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아리송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태연한(?) 듯 '열변'을 토한 진씨와 달리, 마지막 수업을 듣는 재학생들의 표정에는 아쉬운 기력이 역력했다. '진중권 재임용 거부 항의 퍼포먼스'(총장실 레드카드 부착)로 인해 학교 측으로부터 '징계 경고'까지 받으면서도, 진씨를 향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외쳤던 학생들이었다.
아쉬운 학생들 "다른 분이 진 선생님 대신하긴 어려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