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9월 16일 재개장하면 인접해 있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의 사상 유례없는 유통대전이 불가피하다.
최경준
'신세계'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이마트'다. 국내산은 물론 외국산까지 모두 물리치고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형할인마트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신세계가 이마트가 아닌 백화점을 밀기 시작했다.
롯데·현대백화점에 이어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몸부림 치고는 상당히 공세적이다. 상대와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일단 3~4배는 덩치를 키워놓고 싸움을 건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가 그랬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올 초 개장 이후 3개월만에 매출 16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예상밖의 호조로 롯데의 부산지역 독주체제를 위협했다.
부산에서의 불꽃 경쟁은 이제 자리를 옮겨 서울 영등포에서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는 약 9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오는 16일 영등포점을 재개장 할 예정이다. 경인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롯데 영등포점과의 사상 유례없는 전면전이 불가피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현대 목동점이나 구로동 AK플라자와도 한판 승부가 예고되어 있다. 영등포 유통가에 벌써부터 전운이 감도는 이유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 유통 업체들 간의 사활을 건 경쟁에서 영등포 지하상가를 비롯한 주변 소상공인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지상에서 벌어질 '그들만의 전쟁'이 지하상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힘없는' 상인들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내년 말, 상위 10개 중 5개는 신세계가 차지할 것"신세계 영등포점 역시 '규모의 경제'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원래 1984년 서부상권 최초의 백화점으로 출발한 '터줏대감'이다. 롯데 영등포점이 들어선 것은 7년 뒤인 1991년이었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2007년 12월 바로 옆에 있던 경방과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11월 영업을 종결한 이후 9개월여 만에 4배 크기의 규모(매장면적 43,174㎡, 1만3060평)로 재탄생했다. 롯데 영등포점보다 약 6500㎡(2000평)가 더 커진 것이다.
특히 신세계 영등포점은 경방을 재개발해서 만든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 내에 자리 잡게 됐다. 그 규모가 연면적 362,000㎡(10만9500평)로 매머드 급이다. A관 패션관(구 경방필 백화점 26,645㎡, 8060평), B관 전문관(구 신세계 영등포점 10,016㎡ 3030평), 그리고 명품관(타임스퀘어 쇼핑몰 1층 6,612㎡ 2000평)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상10층, 지하2층, 주차대수 2100여대 규모로 운영된다. 신세계는 또 14,082㎡(4260평) 규모의 대형 이마트 영등포점을 백화점과 동시에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 영등포점 개장으로 서부상권은 백화점, 대형마트 3사가 모두 모인 국내 최대의 유통 격전지이자, 반경 3㎞이내 백화점 'Big 3(신세계, 롯데, 현대)'가 동시에 경쟁하는 최초의 상권이 됐다.
신세계측은 영등포점 개장 첫 해인 올해 137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1년 5500억 원, 2012년 6000억 원의 실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롯데 영등포점의 매출액이 4500억 원, 현대 목동점이 5200억 원이었다. 2년 안에 롯데 영등포점을 따라잡고, 3년 안에 현대 목동점을 제치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