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항(Relatum)-역학관계' 철제와 자연석 180×160×1.5cm 50×50×50cm 2009. 돌과 철판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김형순
1917년 당대미술을 모욕하듯 뒤샹(1887~1968)은 레디메이드인 변기를 뉴욕 전에 출품하여 세계미술계에 큰 쇼크를 주었다. 이우환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선사시대 고인돌을 연상시키는 돌과 철판을 엮어 내놓았는지 모른다. 하여간 그는 40년간 돌을 찾아 전 세계를 찾아다녔다. 그 나라의 돌은 그 나라사람을 닮았다는 속 깊은 경험담도 소개한다.
그의 이런 작업은 '만남', '대화', '관계성'과 같은 키워드를 잉태시킨다. "만남은 무한을 낳고 대화는 작품을 낳는다", "작품 보는 재미는 '호응(correspondence)'하는 것과 만나는 데 있다", "표현이란 감각이나 상상력을 북돋워주는 것이다" 등에서 그의 관점을 알 수 있다.
원효의 '화쟁'과 백남준의 '비빔밥' 그리고 이우환그는 볼거리 없는 현대미술에서 개념이나 사유의 뿌리를 중시한다. 전혀 다른 것을 병치시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미학을 구현한 것인가. 사실 우리시대 가장 시급한 건 '똘레랑스(다름 인정)', '화이부동(이견에도 화목)', 원효의 '화쟁(논쟁하면서 화합)' 같은 것이리라.
작가는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돌과 산업화의 산물인 철판을 '관계의 미학'으로 엮어 자연의 상반된 두 힘인 음양의 원리를 차용한 것인지 모른다. 아무튼 작가는 이 점에 대해 "따로 사는 이 둘을 불러 인연을 맺어 대화로 이어주려 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우환은 백남준과 예전부터 가깝게 지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작가의 사고방식도 너무 비슷하다.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우환이 '돌과 철판'을 놓은 것이나 백남준이 '부처와 TV'를 놓은 것이나 그 원리가 같다. 서로 갈등하고 대립되는 것들의 공존과 더 나아가 동서의 화합까지 꾀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