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개미가 먹으려고 달려 듭니다. 하지만 껍질이 단단해 먹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강기희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 하여 상수리 나무가 된 이야기나무 중에서 진짜 나무이며, 아낌 없이 주는 나무로 알려진 참나무는 이런저런 잡종이 있지만 크게 6종류로 구분합니다. 나뭇잎과 도토리의 생김에 따라 상수리나무라고 부르거나 갈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등으로 부릅니다.
잎사귀 뒷면에 흰 떡가루가 묻어 있는 듯한 떡갈나무(참나무 중에서 가장 기품이 있고 멋있게 생긴 나무)는 이젠 귀한 나무가 되었고, 껍질이 두꺼운 굴참나무는 산촌 사람들이 그 껍질을 벗겨 지붕을 덮(굴피집)거나 와인병의 코르크 병마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희씨가 산촌마을에 살던 어릴 때만 해도 지붕 덮을 재료가 없어 굴피로 지붕을 얹은 집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 또한 구경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기희씨는 또 어린 시절 굴피를 벗겨 작은 기계로 코르크 병마개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고 죽은 참나무에서 나는 후르래기(목이버섯)나 능이버섯을 딴 경험도 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나무 중에서 아주 생뚱맞은 이름을 지닌 나무가 있는데요. 그것은 상수리나무입니다. 그 이름이 생긴 연원이 조금은 재미있는데요. 옛날 조선 선조 임금 때의 일입니다. 왜구들의 침략으로 임금이 궁궐을 버리고 북쪽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는데요. 먹을 것조차 변변치 않던 시절 그 지역에 사는 백성들이 도토리묵을 임금 수라상에 올렸다고 합니다.
도토리묵을 처음 먹어본 선조 임금. 말캉말캉하게 생긴 도토리 맛이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겠지요. 그 일이 인연이 된 후 백성들은 도토리 열매를 떨군 그 참나무를 '수라상에 오른 나무'라 하여 상수리나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역시 선조 임금 시절. 그가 피난 길에 먹었던 '묵'이라는 생선이 있었는데요. 지역에 사는 백성들이 임금에게 '묵'이라는 생선을 수라상에 올렸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배가 고팠던 선조, 그 묵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그때 선조는 큰 결심을 하고 생선 이름이 촌스럽게 '묵'이 뭐냐라며 "앞으로는 은어라고 불러라" 합니다.
왜구가 떠나고 평화를 되찾자 임금은 피난 길에 먹었던 '은어'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하여 임금이 "여봐라, 그 시절에 먹었던 음식이 그립구나" 라며 묵을 대령케 했답니다. 고생하던 때를 추억하며 은어를 다시 먹던 임금, 이미 배에 기름기가 찬 터라 그것이 맛있을 리가 없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선조.
"이기… 뭐… 맛이 이래… 에이, 도루묵이라 하여라."그랬다고 합니다. 동해바다에서 나는 도루묵은 겨울철 별미입니다. 요즘은 일본으로 수출을 하기에 국내에선 비싼값에 거래되는 고급 어종이 되었습니다만, 당시 선조는 상다리를 걷어차며 '은어'라며 칭송했던 '묵'을 '말짱 도루묵'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