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목화밭. 전남 곡성에 있다.
이돈삼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이다. 이른바 '독서의 계절'이다. 하지만 독서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만 같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날씨도 여행하기 가장 좋을 때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게 뭐가 있을까? 단풍, 갈대, 억새…. 그러나 이는 가을의 한 가운데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남도의 가을을 여는 건 따로 있다. 초가을에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추억까지 어려 있다. 바로 목화다. 목화가 활짝 피어있는 곡성 겸면으로 가본다. 목화는 추억 속의 꽃이다. 목화밭 목화밭… 하는 노래도 있었다.
목화가 많이 피었다. 다래도 많이 열렸다. 목화 꽃솜도 하나씩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남도의 초가을 분위기, 목화밭에서 진하게 느껴볼 수 있다.
목화 꽃과 다래, 솜꽃은 요즘 세상에 흔치 않는 풍경이다. 옛날엔 목화가 정말 흔했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느낌도 색다르다. 목화는 고려시대 원나라에 갔던 문익점이 붓대롱 속에 씨를 숨겨가지고 들여와서 심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들여와서 재배에 성공해 온 나라에 퍼뜨린 것도 그의 공력이다. 솜이나 털을 자아서 실을 만드는 기구를 물레라 한다. 이 물레도 '문(文)익점이 목화를 전래(來)했다'는 뜻에서 '문'과 '래'를 따서 '물레'라 했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