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을 쓰지 않고 키우는 등태거봉포도칠곡군 왜관읍 아곡리 등태마을에는 지금 한창 거봉포도를 거두고 있어요. 농약 한 방울 쓰지 않고, 포도주를 먹여 키우고, 손수 풀을 뽑으며 애쓰는 등태마을 거봉포도! 그 달콤한 포도내음으로 빠져보실까요?
손현희
"우와! 자기야 여기 좀 봐! 여긴 온통 포도밭이네? 씨알도 엄청 굵다!"
"그렇네. 이 마을이 포도로 이름난 곳인가 보다.""이야, 참말로 맛있겠다."왜관 철교를 지나 아곡리 시골마을로 들어섰을 때였어요. 달콤한 포도 냄새가 연신 코를 씰룩거리게 합니다. 지난 8월 끄트머리에는 가까운 칠곡군 왜관으로 자전거 나들이를 나섰답니다. 오후에 다른 볼일이 있어 멀리 가지 않고 왜관으로 잡았는데, 씨알이 굵고 한창 물이 올라 알알이 검은빛이 감도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린 포도밭을 지나면서 달콤한 냄새 때문에 코도 즐겁고 입안에 침까지 고이더군요.
"포도밭에 일하는 분들은 없나? 사람 있으면 조금이라도 사먹고 가자.""히히히, 진짜?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어쩜 이렇게 달콤하냐? 포도 냄새가 사람 잡네. 하하하."때때로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갖가지 과일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걸 보면 하나 먹어보고 싶을 때가 많았으나 그냥 침만 삼키다 지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어쩐 일로 남편이 먼저 하나 먹어보고 가자고 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달콤한 포도 냄새가 어찌나 유혹을 하던지…. 자전거를 타고 나왔으니 싸가지고는 못가도 먹고 갈 수는 있겠다 싶어 밭에 나와 일하는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면서 찾았어요. 모퉁이를 하나 돌고나니 때마침, 포도밭 한쪽에 앉아서 갓 딴 듯 보이는 포도를 정성스럽게 비닐종이에 싸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어요.
"아주머니, 우리 포도 몇 송이만 살 수 있을까요?"애써 농사지은 포도를 상자로 사는 것도 아니고, 몇 송이만 팔 수 없느냐고 물은 게 조금 쑥스럽더군요.
"여 와서 잡숴보세요. 놀러 오신 분들한테 돈 받고 팔면 되나요? 한 번 맛보세요."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시더니, 비닐종이에 예쁘게 싸고 있던 포도를 선뜻 내주시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거봉포도였어요. 아까 포도밭을 지날 때엔 씨알이 굵은 일반포도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아주머니가 건네주신 포도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었는데, 그야말로 꿀맛이었어요. 달콤하고 시지도 않은 게 한 알만 넣었는데도 입안에 가득이에요. 게다가 갓 딴 것이라서 싱싱하고 쫀득쫀득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