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최저생계비 수급자가 가난 벗기 위해선...

현행 제도 소득 생기면 최저생계비 지원 중단, 재산 쌓을 수 없어

등록 2009.09.05 15:38수정 2009.09.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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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일수록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성장위주 정책에서 이제 분배를 통한 사회복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고 그에 따른 생계비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 현행 법대로라면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 최종 복지는 생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지원 대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인정소득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고, 부양의무자의 근로능력이 없는 가구를 수급대상으로 선정하고 생계비를 지급한다. 잠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살펴보자.

제3조 (급여의 기본원칙) ① 이 법에 의한 급여는 수급자가 자신의 생활의 유지·향상을 위하여 그 소득·재산·근로 능력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노력하는 것을 전제로 이를 보충·발전시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제29조 (급여의 변경) ①보장기관은 수급자의 소득·재산·근로 능력 등에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수급자나 그 친족 기타 관계인의 신청에 의하여 그에 대한 급여의 종류·방법 등을 변경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3조 ①항 법조문은 수급자는 자신의 근로능력을 활용하여 최대한 소득활동에 참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제29조 ①항의 내용은 소득이 발생하면 그 소득만큼 생계비에서 차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 두 법조문을 보면 참 비현실적이고 너무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보다 솔직하고 정확히 말하면 '돈 더 받고 싶으면 일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너무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려는 기본 취지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최저생계비에 매달리는 의존성 삶에서 벗어나 자활의 길로 나서고 스스로 근로 의욕을 되찾아 능동형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그래야 대물림해 오던 가난의 고리를 끊어내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나설 수 있고 사회로부터 받은 해택을 되돌려 답례하는 선순환의 아름다운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 시행할 것을 공개 제안한다.


1.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를 보다 엄격한 조건으로 선정하여야 한다.

현행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은 기초지자체 담당공무원의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에 의하여 평가되고 선정될 소지가 많다. 재산 상태와 근로능력 그리고 의무부양자의 능력을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방안이 연구되어야 하겠다. 다시 말해 꼭 지원이 필요한 가구만 정확히 가려내 생계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2. 소득활동을 보장하여 근로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안자 본인을 甲이라 칭하고 甲을 예로 들고자 한다. 갑은 현재 딸(14, 중3)과 아들(13, 중2) 이렇게 셋이서 살아가고 있으며 10년 전 교통사고로 사지부전마비 지제1급의 중증장애인이다. 하지(下肢) 기능을 거의 잃은 상태이고 상체(上體) 기능은 약 40% 정도를 유지한다. 물론 의학적으로는 근로능력 0%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학적인 판단이고 꼭 현실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甲은 과거 공직에 근무한 경력도 있고 PC 활용 능력도 보통 사람 이상으로 평가 받는다.

또 甲은 비록 핸드컨트롤러에 의존하지만 자동차 운전도 능수능란하게 잘한다. 甲은 현재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甲은 재택근무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사무나 또 택시운전 정도는 할 수도 있다. 비장애인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능력이지만 甲에게도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기본 취지인 사회 참여도 할 수 있고 일석수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甲은 일을 할 엄두를 못 낸다. 그 이유는 첫째, 중증장애인이기에 현재 수령하고 있는 수급자 생계비 보다 더 많은 소득 활동이 사실상 어렵다. 둘째, 사회적 편견과 형편없는 대우 등 모든 것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어 일을 한다 해도 수익이 발생하면 생계비에서 그 만큼 차감이 되고 만다. 이럴진대 누가 일을 하려 하겠는가!

3. 국가가 관리하는 가상계좌를 만들어 소득을 관리한다.(제안)

언급한 대로 소득이 발생하면 생계비에서 까는데 이는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해서는 결코 가난을 끊어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소득이 있는 가구와 없는 가구에 똑같은 생계비를 지급한다면 이 또한 옳은 방법이 아니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생각해 낸 것이 가상계좌이다. 1번에서 말한 것처럼 보다 철저하게 수급자가 선정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둘째, 현행처럼 소득이 발생하면 생계비를 그 만큼 차감하되 그 차감 액은 수급자 명의의 가상계좌에 적립하여 국가가 관리한다.

4. 분기별 가상계좌의 내역을 본인에게 통보해 준다.(제안)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의 상당수가 3번에서와 같은 동기가 부여된다면 어떤 일이든 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집에서 실밥을 뜯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인형의 눈을 끼울 수도 있고 폐지를 주울 수도 있을 것이며 급여가 얼마가 되든 취업을 해서 열심히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일은 하면 한 만큼 자기 재산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 가상계좌를 분기별 또는 상하반기로 나누어 본인에게 통보를 해주거나 아니면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 확인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자립의지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5. 가상계좌 적립액이 일정액 이상이 되면 수급자에서 제외하고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많은 부분 관련전문가들의 철저하고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리라 본다.

- 각 시도별로 어느 정도의 적립액이면 자립생활이 가능한 것인지?
- 수급자 세대의 연령분포를 감안한 수급자 자격 제외 시기
- 수급자 제외 이후의 사후 관리
- 연금 및 일시금 지금 방법

다만 제안자가 말한 수급자 제외는 생계비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기타 의료 등 최소한의 복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6. 이 제안은 정부의 예산증가가 없는 것이며, 실업자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가상계좌 적립의 제안은 정부나 지자체의 추가 예산이 전혀 필요 없는 제안이다. 어차피 현행 제도에서라면 일을 해서 자신의 생계비를 축내는 바보(?)는 없을 것이니까! 위의 제안대로 열심히 일을 하게 도와주고 그런 가운데 나중에 수급자 생활을 면하게 해준다면 그 세대는 건전하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고, 정부는 예산을 절약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 미래형 복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7. 젊은 자녀가 있는 수급자 가정은 최소한 자식 세대에서는 가난을 면할 수 있는 희망을 준다.

'나는 못 배웠어도 자식은 가르칠 것이다.'
'나는 가난하여 고생하며 살지만 내 자식 만큼은 손톱 밑에 흙 안 묻히고 살게 하겠다.'

이것은 어쩌면 모든 부모들의 바람일 것이다. 위 가상계좌를 잘 활용한다면 최소한 자식들에게 가난을 유산으로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 정말 열심히 살아갈 동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는 심해져만 가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그 격차는 더 빠르게 커진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층 등 극빈 가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급자 세대의 소득 활동을 막고 있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자꾸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 수급자들이 소득을 감추기 위해 타인 명의로 취업을 하거나, 차명으로 예금을 한다는 것 등은 어쩌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또 이런 점들을 약점으로 이용하여 임금 체불을 일삼거나 돈을 떼이는 등 사회 약자로서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인도해 내야 한다. 이것이 국가가 그리고 정치가 해야 할 몫이다. 단 돈 얼마가 됐든 당당히 일하고 떳떳하게 적립하고, 그래서 사회적 약자인 절대 빈곤층도 희망이라는 내일을 기약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기초생활수급자 #수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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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생활 도중 교통사고로 경추손상을 입어 현재 지체1급의 중증장애인입니다. 원래 정치나 사회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장애인이 되고 나서 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재의 각종 복지 정책과 그 방향은 사뭇 다르게 보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기회가 주워 진다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대안을 연구 제시하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정책이 바로 서는데 미력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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